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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주소’ 잇달아 등장, 세금 걸린 자치구들은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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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주소’ 잇달아 등장, 세금 걸린 자치구들은 뒷짐만

입력
2017.08.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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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두 개 자치구 걸쳤을 땐

동ㆍ층별 다른 행정구역으로 편입

학군ㆍ쓰레기봉투 달라 주민 불편

서울 광화문빌딩은 1~11층은 종로구, 12~20층은 중구 주소를 쓴다. 박주희 기자
서울 광화문빌딩은 1~11층은 종로구, 12~20층은 중구 주소를 쓴다. 박주희 기자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친구와 다른 중학교로 진학할 것 같아요.”

서울 중구 한진그랑빌 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모(12)군은 23일 이렇게 말하며 아쉬워했다. 내년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박군은 “같은 아파트 단지 선배들의 선례로 추측해보면 친구들은 대부분 한양중학교로 진학할 것 같다”며 “하지만 나는 친구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음에도) 행정상 주소가 달라 행당중학교나 동마중학교로 진학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건물 또는 아파트가 두 개의 자치구에 걸쳐 있어 동별 또는 층별로 다른 주소를 사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구청은 세수 등을 이유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지 않아 주민들이 생활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

박군이 거주하고 있는 한진그랑빌 아파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 아파트는 총 4개 동 중 1개 동(101동)과 상가 1개가 성동구 소속이고, 나머지 3개 동은 중구 주소를 쓴다. 중구와 성동구는 1999년부터 20년 가까이 주소를 한 곳으로 정리하려고 논의 중이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박군처럼 친구들과 다른 학교로 진학을 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같은 아파트 주민임에도 다른 쓰레기 봉투를 사서 다른 곳에 버려야 하는 불편함도 생긴다.

한 건물이지만 층수에 따라 행정구역이 다른 사례도 있다. 동화면세점이 입점해 있는 서울 광화문빌딩은 1∼11층은 종로구, 12∼20층은 중구로 편입돼 있다. 빌딩 부지가 종로구와 중구를 가로지르는 경계선에 걸쳐 있어 다른 주소를 쓰게 됐다. 심지어 1~11층의 종로구 주소도 신문로1가 150번지와 세종로 211번지로 또 다시 나뉘어져 있다.

중구 관계자는 “층을 기준으로 구 경계가 나뉘어 있는 건물은 서울시에서 광화문빌딩이 유일하다”며 “지방세인 재산세가 많은 건물이라 한 쪽으로 행정구역을 정리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건물의 재산세는 종로구가 66%, 중구가 34%로 나눠서 거두고 있다.

이 밖에도 관악구ㆍ동작구에 걸쳐 있는 현대아파트, 동대문구ㆍ성북구에 걸친 샹그레빌 아파트, 서대문ㆍ은평구에 걸친 경남아파트 등과 은평구ㆍ서대문구에 걸친 충암초등학교도 일부 동ㆍ상가의 주소가 다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생활불편이 종종 접수돼 중재에 나서기도 하지만 각 구청과 주민들간의 이해가 엇갈려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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