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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0 10:11

원시의 비경 육지 속 섬…화천 비수구미 마을

[원근씨 코스 좀 짜주세요]해산령에서 내려가 나올 때는 보트 이용하면 편리

등록 : 2018.05.20 10:11

첩첩산중이라는 말은 이런 곳에 쓰는 걸까? 아름다운 파로호에 자리 잡은 오지마을 비수구미는 자연이 숨겨 둔 속살과 같은 곳이다.

파로호변 화천 비수구미 마을, 단체로 가면 들어갈 때는 해산터널에서 내려가고 나올 때는 주민들의 배를 이용한다.

북한강 상류 평화의댐 못 미처 파로호변 산기슭, 육지 속의 섬마을 비수구미. 핸드폰으로 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게 얼마 되지 않을 만큼 깊은 산골이지만, 배를 타고 둘러보는 마을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얼마 전 귀촌한 집을 포함해 이곳 5가구 주민들은 문명의 이기와 한 발 떨어져 자연의 아름다움을 벗 삼아 살고 있다. 워낙 깊은 산속이다 보니 몇몇 낚시꾼들을 제외하면 아는 여행객도 많지 않다.

비수구미 마을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산터널에서 비수구미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다. 화천읍에서 평화의댐으로 가는 길목의 해산터널은 개통 당시 국내 최북단(북위 38도), 최고도(해발 700m), 최장(1,986m) 터널이라는 영예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 모든 타이틀을 내줬다. 현재 최북단 터널은 양구의 돌산령터널(북위 38.14)이고, 최고봉 정선과 태백 사이 두문동재터널(해발 1,000m), 최장은 인제양양터널(10.965km)이다.

해발 700m 높이에 위치한 해산터널. 비수구미 마을로 산책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한적하고 호젓하고. 비수구미계곡은 4계절 원시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반기는 마을.

해산터널에서 비수구미마을로 내려가는 계곡은 내리막길이다. 두어 곳 가파른 구간을 빼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물이 많고 숲이 우거져 봄과 여름에는 야생화가 피어나고,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물든다. 겨울에는 이런 설국이 없다. 국내 야생 난초의 최대 서식지이기도 해 난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더 매력적이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마을까지는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하다. 미지의 세계를 걷다가 딱 하고 나타나는 마을이 반갑기 그지 없다.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음식이다. 비수구미 마을에 처음 자리를 잡은 장윤일ㆍ김영순 부부의 손맛은 최고다. 산꾼이었던 장씨가 뜯어오는 산나물과 직접 재배하는 채소, 역시 직접 담근 된장과 청국장으로 산나물백반을 차린다. 비수구미에 온 사람마다 경치에 반했다가 음식에 다시 한 번 놀랜다.

해산터널에서 내려가는 길이 아니면 비수구미 마을은 육지와 연결되었다고 짐작하기 어렵다. 평화의댐 하류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섬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을 주민들은 기본적인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 자전거, 배, 경운기 등을 소유하고 있다. 비수구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하룻밤 묵는 것이 좋다. 해산터널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물안개가 쫙 내려앉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해산터널에서 비구수미 마을까지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다.

비수구미는 자연휴식년제 기간에 출입이 제한된다. 트레킹을 하거나 계곡을 둘러보는데도 허가가 필요하다. 휴식년제는 주민들의 생계 수단인 물고기를 노리는 낚시꾼, 버섯과 산나물을 캐러 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비수구미 마을에서 나올 때는 마을 주민들의 배를 이용하면 평화의댐 하류에 내려준다. 배를 대는 위치는 수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해산터널 부근에 차를 세우고 내려가면, 계곡으로 되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기엔 여전히 불편한 곳이다.

장윤일ㆍ김영순 부부가 차린 먹음직스런 나물 밥상.

장윤일ㆍ김영순 부부가 차린 먹음직스런 산나물백반.

비수구미 마을 풍경.

뱃길이 가장 빠른 육지 속의 섬이다.

[비수구미 에피소드]

비수구미 마을로 처음 여행객을 데리고 갔던 날, 점심을 먹는데 반찬으로 멸치가 나왔다. 일행은 여기까지 와서 무슨 흔해 빠진 멸치냐며 손도 대지 않았다. 식사 끝날 때쯤 주인 아주머니가 조용히 불러 왜 저 귀한 반찬을 안 먹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멸치가 아니라 빙어조림이었던 것! 그 사실을 알리자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던 일행이 다시 들어와 빙어를 먹으며 한바탕 호들갑을 떨었다.

장윤일ㆍ김영순 부부의 장독.

이원근 여행박사 국내여행팀장 keuni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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