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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베 이어 짐바브웨 통치할 ‘악어’ 음난가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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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베 이어 짐바브웨 통치할 ‘악어’ 음난가그와

입력
2017.11.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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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 음난가그와(왼쪽) 전 짐바브웨 부통령과 21일 사임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에머슨 음난가그와(왼쪽) 전 짐바브웨 부통령과 21일 사임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37년간 짐바브웨를 철권 통치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가 21일(현지시간) 탄핵 위기에 몰리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로서 축출됐던 후계자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의 권력 승계가 확실시되고 있다.

집권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ㆍ애국전선(ZANU-PF)의 사이먼 카야 모요 대변인에 따르면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48시간 안에, 늦어도 23일 중으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직을 계승하게 된다.

음난가그와는 무가베 대통령과 함께 짐바브웨의 독립영웅 중 한 명이자, 정권의 중추세력이었다. 특히 쿠데타 주체인 군부 베테랑의 지지를 받아 왔다. 2000년대부터 이미 차기 권력자로 거론됐지만, 오랜 정치 생활 도중 권력 투쟁에 크게 휘말리지 않고 수면 아래서 자신의 지위를 지켜 왔기 때문에 ‘악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무가베 대통령이 새 후계자로 자신이 아닌 영부인 그레이스 무가베를 지지하면서, 음난가그와는 그 사전 정지작업 성격으로 지난 6일 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그레이스를 통치자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군부가 움직이면서, 음난가그와는 30여년의 기다림 끝에 권좌에 오르게 됐다.

국제사회는 대체로 무가베 대통령의 사임이 오랜 독재와 실정으로 혼란에 빠진 짐바브웨를 구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21일 무가베의 사임 서한이 공개되자 의회는 박수와 환호로 답했고 거리의 반(反)무가베 시위대도 저녁 내내 축제를 벌였다.

그러나 음난가그와가 무가베를 뛰어넘는 독재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음난가그와는 짐바브웨 비밀경찰인 중앙정보기구(CIO)를 담당해 무가베 대통령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족 역할을 했다. 또 1983~4년 반(反)무가베 성향이 강했던 남부 소수민족 은데벨레족을 ‘인종청소’하는 데 관여했다는 주장도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군부가 ZANU-PF 내에서도 청년ㆍ여성 세력이 지지한 그레이스 대신 군부와 ‘어두운 과거’를 공유하고 있고 군인 베테랑의 특권을 인정해 줄 음난가그와를 지도자로 선호했다고 지적했다.

기밀 문건 폭로단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건에 따르면 짐바브웨 주재 미국 외교관 얼 어빙은 “나라 전체적으로 음난가그와를 두려워하고 경멸하는 여론이 짙다”며 “그가 지도자가 되면 무가베보다도 폭압적일 것”이라고 평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선출되지 않은 독재자에서 또 다른 독재자로 넘어가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 퇴진을 지지한 거리 위 반무가베 시위대가 음난가그와를 새 통치자로 인정할지는 불확실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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