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북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4.5 규모의 지진은 300㎞ 가량 떨어진 서울에서도 감지됐다. 지난 12일 경주 5.8 지진에 이어 두 번째 진동을 느낀 시민들은 또 다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송파구 신천역 인근에서 퇴근하던 회사원 유정윤(26ㆍ여)씨는 “길을 걷는데 흔들의자에 올라서 있는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며 “지난번 느꼈던 것보단 약했지만 주위 사람들도 ‘지진 아니냐’며 웅성거려 순간 불안감이 밀려 왔다”고 놀란 심정을 전했다. 친구와 함께 신촌의 한 PC방에 있던 직장인 김연아(28ㆍ여)씨도 “처음엔 총을 쏘는 게임의 진동이라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모두 PC방 밖으로 뛰쳐 나가 그제야 지진임을 깨달았다”며 “재난문자 하나 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진을 인지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화문 동화면세점에 근무하는 황영미(30ㆍ여)씨는 “야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모니터가 흔들리고 어지럼증을 느꼈다”며 “이번에도 지진이구나 생각했고 바로 인터넷으로 건물에서 대피할 수 있는 요령을 찾아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두 차례의 큰 지진에도 별다른 예방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정부의 무대응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지진 발생 당시 동작구 대방동의 한 독서실에서 공부 중이던 취업준비생 유상희(27ㆍ여)씨는 “미약한 진동을 5초가량 느껴 건물 밖으로 대피할 정도였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록 재난문자는 한 통도 안 왔다”며 “이젠 정부를 믿지 말고 알아서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 게 상책인 것 같다”고 푸념했다. 동대문구 회기동 주민 최민후(30)씨도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명백해졌는데도 정부는 립서비스만 할 뿐 바뀐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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