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투자자들도 대혼란
예·적금에 몰려있는 1100조원, 펀드 등 투자상품으로 이동 전망
원금 손실 위험 적은 ELS 대안, 이달초 발행 잔액 60조 돌파도
더 이상 예ㆍ적금에 만족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현재 시중금리에서 세금을 빼면 약 1.6% 수준으로 올해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1.9%)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연 2% →1.75%)까지 감안하면 은행에 돈을 맡기게 오히려 손해라는 말이 된다. 아무리 보수적인 투자자라도 견디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제로(0) 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에 따라 예ㆍ적금에 몰려있는 1,100조원이 넘는 가계 자금이 빠른 속도로 펀드 등 투자상품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조성만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사상 유례없는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웬만큼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예금에서 돈을 빼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한 예금 상품에만 돈을 묻어 온 투자자들로선 어떤 투자상품으로 갈아타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선 각자의 투자성향이나 자산규모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투자를 결정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동안 예ㆍ적금 위주로 자산을 운용해 온 이들이라면 원금 손실 위험이 적은 상품이 고려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 ELS가 대안으로 꼽힌다. 현재 발행되는 ELS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수형의 경우 주요 지수가 발행시점 대비 50~60% 미만으로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 손실 위험이 없다. 코스피200이나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유로스톡스50 등 국내외 주요 지수가 수년 간 큰 폭의 변동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손실 위험이 매우 낮다는 의미다.
기대 수익률은 최소 4%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는 “고액 자산가의 경우 예금과 ELS를 절반씩 나눠 투자하고 있다”며 “앞으로 ELS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ELS 시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ELS 발행액은 6조65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9% 급증했고, 이달 초 기준 ELS 발행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의 투자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펀드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어 직접투자에 비해서는 안정성이 높고, 투자자가 개별 종목을 일일이 고를 필요가 없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금 손실 위험을 낮추려면 기대 수익률은 낮지만 위험이 크지 않은 상장지수펀드(ETF)나 채권형 펀드 등이 적합하다. 단기채 ETF나 채권알파, 롱숏펀드 등이 꾸준히 5~6%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틈새 펀드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우량중소형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나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을 방어할 수 있는 인컴(Income)펀드가 대표적이다. 특히 국내 우량중소형주펀드는 비과세 혜택까지 갖추고 있어 매력적이다. 인컴펀드는 우선주 고배당주 채권 부동산투자신탁 등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줄이는 대신 중(中)수익을 지향한다. 일본 등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국가에서 고령자 위주로 투자하고 있는 상품이다. 목표 수익률은 연 6~8% 정도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가배당률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배당주에 직접 투자하거나 관련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팩 투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투자 방법은 기존의 공모주 투자법과 동일한데, 청약증거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므로 저금리 시대에 저렴한 대출을 활용해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밖에 금융상품 신규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증권사의 특별판매 환매조건부채권(RP)나 파생결합사채(ELB) 등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대우증권과 동부증권 등은 금리 인하에 상관없이 특판RP의 금리를 3~4%로 유지할 예정이다.
자산을 불릴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상대적인 위험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우량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주식형 펀드 상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주식형에서는 액티브주식중소형펀드(14.46%)와 액티브주식배당형펀드(7.77%)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이 우수한 편이다.
기업어음은 동양사태 이후로 고(高)위험상품으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우량기업들의 매물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기업어음 3개월, 6개월물은 연 3∼4%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다만 원금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신용등급 A2 이상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
해외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신언경 한국투자증권 압구정지점 PB팀장은 “좀 더 공격적 투자를 원한다면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공포가 번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나 홀로 호황세를 이어가는 미국 달러의 초강세로 해당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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