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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인 코리아.. 행복 가늠 지수 예외없이 하위권

입력
2016.0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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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한국의 행복

연간 근로시간 OECD 국가 중 2위

자기 인생을 선택할 권리부터

일과 삶의 조화까지 최하위권

복지 지출은 북유럽국의 절반

직장인 김선영(가명ㆍ39)씨에게 행복은 없다. 희곡 ‘파랑새’는 “행복은 일상에 늘 함께 한다”고 했으나 김씨는 “하루하루가 버겁다.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다”고 했다.

그는 2009년 외국계 파이낸셜사로 직장을 옮긴 뒤부터 저녁시간에 가족과 보낸 날이 거의 없다. 오후6시쯤 퇴근 대신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그날 접수된 딜러사의 금융지원 요구를 정리해야만 했다. 집에 들어오면 밤 10시가 넘는다. 자고 있는 아이 얼굴만 볼 뿐이다. 한 달에 한번 꼴로 토요 당번과 회사 등산모임에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해 주말조차 챙기지 못했다. 이런 김씨도 지난해 연말 해고 통지를 받았다.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개인 삶을 회사에 다 바쳤는데 배신감마저 듭니다. 집사람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김씨 스토리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실직이라도 하면 제2인생을 시작할 버팀목이 우리 사회에 부족하기에 아등바등 직장에서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국제기구의 각종 행복지수에도 이런 한국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일하느라 지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내놓은 ‘1인당 평균 연간 근로시간’에서 한국 취업자의 2014년 근무시간은 2,124시간.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가장 길다. OECD평균(1,770시간)보다 주당 6.8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일하면서 지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삶이다.

많은 행복지수 조사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 한국은 낙제점이다. OECD가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 목적을 둔 ‘보다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ㆍBLI)’2015년 보고서 중 ‘일과 삶의 조화’부분에서 조사대상인 36개 선진국 중 33위다. 2012~2014년 조사에서도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장시간 근로가 빈번한 반면 여가, 개인적 돌봄에 쓰는 시간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의 행복 국제비교 설문조사에서도 행복의 필요조건을 묻는 질문에 ‘시간적 여유’라고 답한 한국 응답자(6.6%)가 덴마크 일본 브라질에 비해 3배 많았다. 박노호 한국외국어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는 “1등 행복국가인 덴마크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 즉 여유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말했다.

‘자기 인생을 선택할 자유가 어느 정도인가’라는 WHR 행복지수 항목에서 한국은 158개국 중 116위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매인 반복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WHR조사에서 1인당 GDP 30위, 기대수명 4위인데도 종합순위가 47위에 그친 데는 이 부분이 상당한 감정요인이 됐다. 한국은 가혹한 근무만이 아닌 장기 실업률(BLI 1위) 실직 위험률(5위), 고용률(22위) 등 직업 안정성도 떨어져 일을 통한 보람마저 가지기 힘든 처지다.

부족한 복지에 관대함은 없는 사회

세계 행복지수 상위권에 있는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 등 북ㆍ중유럽 국가의 복지 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9~31%(2014년 기준)수준이다. OECD?평균(21.6%)과 비슷해 복지 지출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10.4%로, OECD 중 최하위다. 북유럽 국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요국 국내총생산 /2016-01-19(한국일보)
주요국 국내총생산 /2016-01-19(한국일보)

한국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과다하다. 예컨대 주거관련 지출이 최상위(BLI 2위) 수준이다. 노동자 개인소득은 18위, 금융순자산은 20위밖에 안 되는데도 인간의 기본 욕구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곳이 한국이다.

삶 자체가 팍팍하다 보니 사회에 대한 불신의 벽은 높은 반면 관대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BLI의 ‘당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언제든 도와줄 누군가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한국에선 ‘그렇다’는 대답이 72%로,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인 36위다. 유엔 WHR 행복지수의 이 항목에서 전체 회원국 중 97등에 랭크 돼 있다.

반면 WHR에서 “당신은 지난달에 기부한 적이 있느냐”는 관용 부문에서 97등을 했다. 부패인식 항목에선 103등이다. 남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패율이 낮은 정부를 둔 사회는 자연스레 국민간의 신뢰도 올라가고, 믿음 있는 커뮤니티 형성으로 이어져 행복감도 커진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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