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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기 청소년에 ‘너는 혼자가 아니야’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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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기 청소년에 ‘너는 혼자가 아니야’ 말해줍니다”

입력
2017.03.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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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용 경기 위기지원센터장

“나도 10대 때 비슷한 경험 있죠”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위기지원센터장이 20일 경기 의정부시 경기교육청북부청사에서 인터뷰 후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좌절감에 모든걸 포기하고 싶은 청소년이 있다면 지금의 고통은 영원하지 않고 반드시 지나간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위기지원센터장이 20일 경기 의정부시 경기교육청북부청사에서 인터뷰 후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좌절감에 모든걸 포기하고 싶은 청소년이 있다면 지금의 고통은 영원하지 않고 반드시 지나간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일찍 부모를 잃은 탓에 경제적 생활고에 시달리던 고교시절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던 경험을 가진 안해용(48·사진) 경기교육청 위기지원센터장. 안 센터장은 자신의 경험이 개방형 공무직을 통한 전국 최초의 청소년 자살예방 전문가가 된 밑바탕이라고 말한다. 언뜻 보면 선한 인상에 평탄하게 살아왔을 법한 인상이지만 그의 과거는 처절했다. 재혼가정에서 태어난 복잡한 가족사에 초교 3학년 때 어머니를, 고교 2학년 때 아버지까지 병으로 잃고 일순간 빈곤의 늪에 빠졌다. 주경야독의 삶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방세와 학비 납부 독촉에 시달리다 혼자라는 지독한 외로움에 모든 걸 내려놓기로 하고 집 근처 강에 몸을 던지려던 순간 들린 돌아가신 어머니의 따뜻한 음성에 한없이 울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누군가 자신의 밀린 학비와 방세는 물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들어갈 학비와 방세까지 모두 선납한 것이다. 어렵게 알게 된 얼굴 없는 독지가는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주일학교 교사였다. “다른 힘든 사람을 도우며 살라”던 주일학교 교사의 말은 이후 안 센터장에게 큰 울림이 됐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어머니 소원대로 신학대학원까지 마친 뒤 목사가 됐다. 주임교사 말처럼 봉사도 꾸준히 실천했다.

2003년 가족과 함께 떠난 남인도 오르빌 공동체 마을에서 그에게 또 한 번 인생의 전환기가 찾아왔다. 지진과 쓰나미로 옆 마을 주민 500여명이 숨진 상황에서도 정부의 구호 손길이 미치지 못하자, 주민 봉사단을 결성해 1년 가까이 생존자 치료 등 피해 복구에 자립에 힘을 쏟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은 그는 안정된 교회의 목사 직도 내려놓고 사회복지를 공부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2015년 5월 청소년 자살예방 전문가로 임용된 뒤부턴 교사와 학부모 대상의 자살 예방교육부터 자살 위기학생 지원과 상담, 자살발생 학교의 위기극복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한때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그가 인생을 개척해 이제는 위기 청소년들을 보듬는 멘토 공직자로 새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안 센터장은 자살위기 청소년들이 정서적 고립감에 빠지지 않게 꼭 이 말을 해 준다고 했다. “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앞으로는 너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될 거야.”

글·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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