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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굿바이, 오바마

입력
2017.0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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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9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하늘엔 무지개가 폈다. 백악관 홈페이지
2015년 4월 9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하늘엔 무지개가 폈다. 백악관 홈페이지

“당신들이 나를 가르쳤다. 여러분들이 나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미국을 바꾼 것은 바로 여러분, 내가 아닌 여러분이 가진 변화의 힘을 믿으라”

그의 마지막 연설의 주인공도 처음처럼 평범한 국민이었다. ‘담대한 변화’의 돛을 달고 출발한 오바마 호의 항해가 종착점이 다다랐다. ‘레임덕’ 없이 임기 말에도 50%가 넘는 높은 지지를 받은 그의 무기는 강력하고 부드러우면서 감성적이고 재치가 넘치는 연설이다. 그의 주요 발언을 통해 지난 8년간을 돌아봤다.

“할 수 있다” “Yes, We Can”

오바마는 2009년 1월 20일 정오(현지 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미국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역대 5번째 최연소 대통령(당시 나이 47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 때 사용했던 성경에 왼손을 얹고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지킬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취임식이 열린 2009년은 미국 노예해방을 선언했던 링컨 전 대통령의 탄생 200주년이었다.

2009년 1월 20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미국 제44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오마바 대통령이 성경책에 손을 얹고 선서하고 있다. 미 의회 홈페이지
2009년 1월 20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미국 제44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오마바 대통령이 성경책에 손을 얹고 선서하고 있다. 미 의회 홈페이지

선서 후 취임연설에서는 “새로운 미국의 건설을 위해 국민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달라”며 당시 미국이 처한 경제위기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등 외교적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국민 통합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또 “부유한 사람만 편하게 사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며,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일하며 편하게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면서 “오늘 우리는 두려움이 아닌 희망, 갈등이 아닌 통합을 위해 모였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오늘 두려움이 아닌 희망, 갈등과 반목이 아닌 통합을 위해 모였다"면서 "우리 정치를 오랫동안 지배했던 사사로운 욕심과 허황된 약속, 비난과 낡은 신조를 종식시킬 것”을 선언했다. “짧은 시간에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극복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해낼 것"이라며 ‘담대한 희망’을 말했다.

“변화란 이런 것”

집권 2년 차 2010년 3월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생명을 건다. 해외 순방을 두 차례나 연기하는 등 보건의료개혁법안, 이른바 ‘오바마케어’ 통과에 ‘올인’ 했다. 전국민 의료보험을 주축으로 하는 의료개혁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1세기 가까운 숙원이었다. 미국 건강보험 개혁은 공화당과 민간 보험사의 로비로 어떤 대통령도 넘지 못했던 벽이었다. 비싼 민간 보험료 때문에 저소득층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지만 의료는 개개인의 재력 여하에 따라 선택하는 하나의 ‘상품’이라는 틀을 깨지 못했던 것이다.

표결 직전까지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오바마 대통령 특유의 ‘설득의 리더십’으로 찬성 219표 대 212표로 법안 통과를 이끌어 낸다. 의료가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당시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역사적인 승리”라며 집권 이래 최대의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2010년 3월 21일(현지시간) 건겅보험 개혁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조 바이든(오바마 대통령 오른쪽) 부통령 및 참모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2010년 3월 21일(현지시간) 건겅보험 개혁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조 바이든(오바마 대통령 오른쪽) 부통령 및 참모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법안 통과에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증명했다”며 “변화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케어’로 시동을 건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가 안보를 챙기기 시작했다.

“정의가 실현됐다”

집권 3년 차인 2011년 5월 1일 백악관 상황실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 참모진과 함께 오사마 빈 라덴 급습 작전상황을 지켜봤다. 특수부대 요원이 빈 라덴에 총격을 가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테러의 상징’이 최후를 맞는 순간을 확인했다. 9ㆍ11 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꼬박 10년 후였다.

2011년 5월 1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두번째)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맨 오른쪽) 국방장관 등 내각 참모진들과 오사마 빈라덴 암살 작전을 생중계로 지켜 보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2011년 5월 1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두번째)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맨 오른쪽) 국방장관 등 내각 참모진들과 오사마 빈라덴 암살 작전을 생중계로 지켜 보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성명을 통해 “빈 라덴의 죽음은 알카에다를 섬멸하려는 우리의 노력 중 가장 중용한 성공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로써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업적은 미국과 미국민의 결의 상응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미국민의 결의에 상응하는 것”고 강조했다.

당시 재선 캠페인을 막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얻었다. “아프가니스탄 작전에서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면서 정지지도자로서 신뢰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재선에 성공한다.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2012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선이 확정되자 그는 “미국은 하나의 국민, 하나의 나라인 합중국”이라며 선거 슬로건 ‘앞으로(Forward)’를 강조했다.

수만명의 지지자가 운집한 시카고에서 한 대선 승리 연설에서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에서 여러분은 우리의 길이 험하고 멀다 해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며 어려운 현실을 상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절망과 전쟁의 나락에서도 희망을 보며 전진해왔다”면서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으로 흥망성쇠를 함께할 것”이라고 외쳤다.

2013년 1월 21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오마바 대통령이 성경책에 손을 얹고 선서하고 있다. 미 의회 홈페이지
2013년 1월 21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오마바 대통령이 성경책에 손을 얹고 선서하고 있다. 미 의회 홈페이지

“(형편이 어려운) 노스캐롤라이나주 가구 노동자의 아이도 의사나 과학자,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고 전진”이라며 “우리가 겪은 모든 역경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미래가 희망에 찬 때는 없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선거 당시 중소기업 지원, 부유층 증세 등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보호를 위한 7대 공약을 내세운 바 있었다. 지지자들은 “오바마, 4년 더”를 연호했다.

“내가 언급했던 것들 모두 달성”

“이란과 서방국들이 이란 핵문제의 기념비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2013년 11월 집권 2기 오바마 정부에 낭보가 날아 들었다. 10년간 공전됐던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이 벌인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을 5% 이내로 제한해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막고 기존에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중화해 군사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 등을 합의했다.

2012년 3월 25일 핵안보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내 오울렛 초소를 찾아 방탄 유리 뒤에서 쌍안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2년 3월 25일 핵안보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내 오울렛 초소를 찾아 방탄 유리 뒤에서 쌍안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을 당시 ‘세계 속에서 미국 리더십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면서 “미국의 대통령과 최고사령관으로서 내가 언급했던 것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예로 들면서 “거친 대화와 호통이 정치적으로는 쉬울지 몰라도,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옳은 길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협상이나 압박 등 어떤 쪽도 강하게 추진하지 않은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집하면서 오히려 그 기간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만 계속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사람들이 죽어간다”

“사랑하는 자녀를 총탄으로 잃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을 부모들이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을 빼앗겼습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미칠 지경입니다.”

2016년 1월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하는 자리서 2012년 미국 코네티컷주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언급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발언 중 눈물 흘리는 오바마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발언 중 눈물 흘리는 오바마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무고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유에 약간의 제한을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며 "극장에서 '불이 났다'라고 소리를 지르지 못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총기규제 행정명령이 이 세상의 모든 폭력과 악을 근절시킬 수는 없지만 그러한 폭력과 악을 줄일 수는 있다"고 하며 "사람들이 죽어간다. 우리는 급박함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거래 규제에 관한 행정명령 발표는 그의 재임 중 공식 석상에서 가정 감정적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총기협회는 성명에서 “미국인들은 더 이상 감성적이고 잘난 척하는 강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할 수 있다. 해냈다. 할 수 있다.”

“Yes, We Can. Yes, We Did. Yes, We Can.”

2017년 1월 퇴임 전 마지막 연설도 두 차례 대통령 당선 연설을 한 시카고였다. 오마다 대통령은 이 자리서 미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평가했다. 이란 핵협상 체결, 쿠바와 국교 정상화 등 외교 분야도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오바마케어도 빼놓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마지막 연설을 마친 후 청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시카고=로이터 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마지막 연설을 마친 후 청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시카고=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성과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우리는 해냈다. 여러분이 해낸 것이다. 여러분이 바로 그 변화”라며 국민이 중심임을 또다시 강조했다. 또 “보통사람이 힘을 합쳐 참여하고 요구할 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긴 경주를 하면서 그 믿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땀과 노력, 상상으로 개개인의 꿈을 좇을 수 있는 자유와 대의를 위해 함께 분투해야 하는 사명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해냈다. 할 수 있다(Yes, We Can. Yes, We Did. Yes, We Can)” 8년 전 취임 연설 당시 말로 마침표를 찍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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