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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여성 동원한 ‘새 테러 수법’…꼬리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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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여성 동원한 ‘새 테러 수법’…꼬리 남겼다

입력
2017.02.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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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스프레이 사용 이례적

시신에서 흔적 찾기 어려워

CCTV 곳곳 깔린 공항서 범행

신원ㆍ동선 쉽게 노출하기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습 당한 직후 의무실 소파에 정신을 잃은 듯 누워있는 모습이다. 뉴스트레이트타임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습 당한 직후 의무실 소파에 정신을 잃은 듯 누워있는 모습이다. 뉴스트레이트타임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19일 김정남 암살과 관련된 남성 용의자 5명을 북한인으로 특정하면서 북한 배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만, 북한의 테러 방식을 두고선 의문점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북한이 독성 스프레이를 사용하거나 제3국 여성을 동원하는 등의 새로운 테러 수법을 선보였지만, 꼬리를 쉽게 남기는 허술한 면모도 적잖게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암살 무기가 은밀성과 테러 실행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더욱 위협적인 방식으로 진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은 과거 주로 독침이나 독총을 테러에 사용해왔다. 브롬화네오스티그민 등 독성물질이 담긴 침이나 총알을 대상에게 쏘는 방식인데, 단 한 발의 일격으로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만큼 대상을 완전히 제압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독침 투입시 살상력은 높지만 상대가 저항할 경우 실패할 여지도 있어 북한 소행이라는 흔적을 남길 수 있다. 반면 김정남 살해에 동원된 스프레이는 독침에 비해 살상력은 약한 대신 대상에게 손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한국테러학회 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는 “북한이 테러에 스프레이를 사용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고 새로운 방식”이라며 “실행조인 여성 2명이 김정남의 체구를 제압하기 힘들기 때문에 새로 개발된 독성화학물질이 담긴 스프레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스프레이로 독성 물질을 뿌릴 경우 호흡기를 통해 신체에 침투하기 때문에 독침을 사용할 때보다 독성 흔적을 찾기 어려워 사인을 규명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17일 체포된 용의자 리정철이 화학 분야를 전공했던 것으로 알려져, 스프레이 방식에 적합한 새로운 독성화학물질까지 개발됐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지난 15일 김정남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정찰총국 요원이 아니라 제3국 여성을 동원한 것도 이전에 볼 수 없던 수법이다. 북한 공작 전문가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제3국 사람을 테러에 동원하는 건 중간단계를 만들어 테러의 주체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더구나 남성이 아닌 여성을 동원하면 테러 대상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테러 실행력을 높이면서도 꼬리를 자르기 위해 다각적인 방식을 취했다는 의미다. 김정남 피살에 북한이 개입한 것이 드러날 경우 테러지원국의 오명이 덧씌워져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은 고사하고 막다른 궁지로 몰릴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 폭파 사건으로 테러지원국에 지정된 전례가 있다”며 “테러 의심을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제3국 여성을 이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폐쇄회로(CC) TV가 곳곳에 깔려 있어 신원과 동선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공항을 범행 장소로 택한 점 등은 의문으로 남는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지목한 북한 용의자 5명 모두 CCTV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군다나 ‘꼬리 자르기’ 용으로 동원된 제3국 여성이 금방 체포된 데다 이들의 진술로 북한 국적의 리정철까지 잡혀 결국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꼬리만 길게 남기는 결과가 됐다. 리정철이 범행 나흘이 지나서도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아파트에 있다가 체포된 것도 북한 요원에 어울리지 않는 아마추어적인 행태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엿새째인 18일 오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세팡 지역 경찰서로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이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엿새째인 18일 오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세팡 지역 경찰서로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이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엿새째인 18일 오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 병원 앞에서 취재진이 이날 신문 1면에 실린 김정남 피습 후 사진을 보고 있다. 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엿새째인 18일 오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 병원 앞에서 취재진이 이날 신문 1면에 실린 김정남 피습 후 사진을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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