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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기자

등록 : 2016.07.26 15:01
수정 : 2016.07.26 15:11

[고은경의 반려배려] 길고양이를 채소망에 담아 판다니…

등록 : 2016.07.26 15:01
수정 : 2016.07.26 15:11

서울 경동시장에서 채소망에 담겨 2,000원에 팔리던 새끼 길고양이들은 구조돼 동물보호소에 옮겨졌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트위터 캡처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새끼 길고양이들이 녹색 채소 망에 한 마리씩 담겨 2,000원에 판매되는 사진이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올라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한 이용자는 “사주고 싶었는데 키울 수도 없는 환경에 데려오면 책임을 지지 못할 것 같다, 미안하다”는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고, 해당 트윗은 삽시간에 리트윗(옮겨 전달)됐다. 해당 고양이들은 한 보호소로 옮겨져 유기동물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올라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공고 기간이 끝나면 안락사 당하게 될 처지다.

길고양이들이 양파망에 담겨 판매되는 게 목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도 부산 전통시장을 방문한 한 외국인 여성이 양파망에 담겨 옴짝달싹 못 하는 길고양이들을 제보해 동물보호단체가 나서는 사건도 있었다.

새끼 길고양이 한 마리가 채소 망을 나와 상자 밖을 내다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처럼 길고양이들이 채소망에 담긴 채 판매되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길고양이가 동물보호법 상 구조ㆍ보호조치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길고양이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다. 길고양이들은 동물보호법에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 정의되어 있다. 즉 유기됐거나 길을 잃은 동물들과 달리 스스로 도심 생태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조항은 새끼 고양이들이나 길고양이들이 무분별하게 유기동물보호소에 보내져 안락사당하는 것을 막고 있다. 지역자치단체들은 모든 길고양이 구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성화수술(TNR)을 위한 포획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가 구조ㆍ보호 조치에서 제외되면서 길고양이 포획ㆍ판매를 알선하거나 구매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길고양이가 야생생물도 아니므로 야생생물보호법 적용도 받지 못한다.

현행법상으로는 이 상인의 경우는 손님이 양파망 속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구매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등록 동물 판매업자의 반려동물판매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만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 600마리의 길고양이를 끓는 물에 산채로 넣어 도살한 뒤 건강원에 팔아넘긴 50대 남성과 이를 구매한 건강원의 경우에는 식용으로 매매했기 때문에 매매에 대해 처벌할 근거조차 없었다.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동물보호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이 적용됐지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이 항소한 상태다.

이처럼 길고양이들이 수난을 겪게 되는 것은 결국 고양이가 관절에 좋다는 속설을 믿고 본인의 몸 건강이라면 불법도 서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양이가 관절에 좋기는커녕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기생충 등 감염 우려가 높다고 이야기한다. 설사 고양이즙이나 탕이 관절에 좋다고 하더라도 길에서 잘 살고 있는 고양이를 잡아다가 산채로 끓는 물에 넣어 먹는 걸 용인해야 할까.

비둘기가 정력에 좋다고 하면 사람들이 비둘기를 다 잡아가 개체 수 조절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겠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몸보신을 유별나게 생각한다는 걸 비꼰 것이다. 보신 음식을 찾는 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그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아야 할 책임이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서울 용산구의 한 상가 앞에서 새끼 길고양이들이 자리를 잡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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