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성 기자

등록 : 2018.06.11 04:40

“ADHD는 의학적 근거 부실… 학교를 교도소처럼 쉽게 관리하려는 것”

등록 : 2018.06.11 04:40

과학잡지 ‘스켑틱’ 게재 美 논문

“개념 모호하고 지역별 편차 커”

치료제도 제약사 마케팅이 한몫

한 어린이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 조사를 받고 있다. 조너선 리오 박사는 ADHD 진단 자체가 모호하다고 비판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ADHD를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에게 일종의 각성제인, 향정신성의약품인 리탈린을 처방하는 게 괜찮을까. 시험 기간만 되면 ADHD 처방이 늘어난다는 소문이 도는 건 ADHD라는 질환이 실제로 존재하기보다 혹시 리탈린이 ‘공부 잘 되는 약’으로 소문나서가 아닐까.

최근 발간된 과학잡지 ‘스켑틱’ 14호는 ‘정신질환’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ADHD, 즉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문제를 다뤘다. 미국 링컨메모리얼대학 해부학 교수 조너선 리오의 ‘ADHD, 질병과 마케팅 사이’ 논문이다.

나 예민하고 섬세하며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말을 뭔가 근사한 정신병적 용어로 드러내는 게 유행인 시대다. 그러다 유행을 탄 것 중 하나가 ADHD다. 우리 아이가 집중을 잘못하고 학원 진도를 못 따라 잡는 이유는, 머리 나쁜 내 유전자를 물려받아서도 아니요, 내가 과하게 국영수 조기 교육을 시켜서가 아니라 그저 호르몬상의 문제라 하고 싶은 게다.

리오 교수는 ADHD의 의학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 따지고 보면 ADHD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과한 활동과 정상적 활동의 경계선이 애매하다. 가령 ADHD찬성론자들은 미국 아동의 ADHD 비율이 통상 5~10%라 주장한다. 그런데 주 별로 보면 3~5%에서 버지니아주의 20%까지 다양하다. 바다 건너 영국으로 가면 아예 그 비율이 0.03%로 곤두박질친다. 이 차이를 설명할 근거, 논리는 없다. 더구나 ADHD를 유행시킨 이는 앨런 자메킨 박사인데, 그의 논문에도 근거가 부실하다. 1993년 논문에서 그 스스로가 “ADHD 청소년과 정상 청소년 사이에서 전반적인 뇌 대사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현상”이 있었음을 보고하기도 했다.

교육학계의 반론은 더 직접적이다. 아이에게 ADHD 진단을 내리고 약을 먹이는 것은 “학교를 교도소처럼 쉽고 편하게 관리”하기 위함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활동성이 뛰어난 아이들에게는 그 활동성을 분출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에도 ADHD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제약사의 마케팅이 한 몫 했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ADHD를 앓을 수 있다며 만들어진 단체 ‘주의력결핍장애 아동과 성인을 위한 단체(CHADD)’는 ADHD 제약사들로부터 100만달러 지원금을 받는다.

리오 교수는 “우리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인지, 일종의 경기력 향상 효과를 지난 임시방편의 패치로 다른 문제들을 감추고 있는가” 질문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따지고 보면 암페타민(필로폰의 주 성분)도 초기엔 각성효과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평을 받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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