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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일문일답②] 신태용 "이승우, 신체 키우면 韓축구 인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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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일문일답②] 신태용 "이승우, 신체 키우면 韓축구 인재 될 것"

입력
2017.06.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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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사진=이호형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신태용(47)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은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사나이 같지만 얘기를 나눠보면 허물이 없고 꾸밈이 없으며 시원시원한 성격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본능적으로 사람을 끄는 카리스마를 지녔고 현역시절 여우라는 별명처럼 굉장히 스마트하다.

신념은 뭐가 됐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화려한 선수 시절부터 K리그 성남과 올림픽 대표팀ㆍU-20 감독을 거치면서 항상 주어진 일에 잠도 안 자고 올인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심지어는 "시합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고 준비한다"고 스스로가 표현한다.

그럼에도 축구 인생이 마냥 호락호락하게 흘러오지만은 않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U-20 대회가 좋은 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16강에서 탈락하고 많은 비난에 시달렸다. 신 감독은 때론 목소리를 높이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감독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임을 알고 있다. 그는 "단 하나라도 소홀히 했으면 미안하고 후회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홈에서 하는 경기 최선을 다했다"고 훌훌 털어냈다. 아직 앞길이 구만리인 신 감독은 U-20을 통해 교훈을 얻고 또 한 번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힘주었다. 그를 지난 13일 경기도 분당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감독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직접 지도해본 후 느끼거나 깨달은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상황에 따라서 선수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이때 이 상황에서 감독이나 코치에게 무엇을 요구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윽박지르고 뭘 한다기보다는 분위기 안 좋을 때 코칭스태프에게 뭘 요구하려고 했나를 돌이켜보면 답은 나와 있다. 내가 힘들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선생님들을 대하고 행동했을까 되짚어보면 그 선수들이 이해되고 이해해가려고 하다 보니까 괜찮았던 것 같다."

-조진호 감독은 1991년 당시 포르투갈 선수들의 공을 뺏을 수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때와 비교해서는 이 연령대 한국 축구가 많이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우리 축구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다만 20살이 되면 유럽은 성인이고 우리는 아직 준 성인이다. 잉글랜드만 해도 그들이 20세 대표팀이라면 우리는 17~18세로 밖에 안 보인다. 얼굴만 봐도 앳되고 어려 보인다. 한번쯤은 성작 발육에 대해서 유럽ㆍ남미 친구들과 진지하게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20세 정도 될 때 우리 성장 발육은 어느 정도 되는가이다. 쉽게 얘기하면 포르투갈은 완전 성인의 느낌이고 우리는 아니었다. 대충 눈으로 봐도 골격이나 신체 조건부터 차이가 났다. 게다가 그들은 프로 경기도 다 뛰고 우리가 모든 면에서 불리하지 않았겠나. 결국 16강 탈락의 쓴맛을 봤다."

-신체 얘기를 하니까 일본의 16살 소년 구보 다케후사(16)가 떠오른다

"구보는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했지만 개인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힘에서는 많이 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재력은 상당히 좋다. 그 선수가 신장이 좋았으면 감독이 선발 투입했겠지. 그래서 상대의 체력이 다 소진됐을 때쯤인 70분 정도 지나서 뛴 것이다."

-직접 지도하고 겪어 본 이승우와 백승호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그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 (백)승호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체력적으로 부족하다 해서 끌어올리면서 많이 노력했다. 스스로 깨달았다. 더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성장해야 된다. 이번에 느낀 건 중도에서 머물러 버리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로는 할 수 있다지만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차근차근 스탭 바이 스탭으로 열심히 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거라고 본다. 이승우는 신체적으로 작기 때문에 자기가 웨이트를 해야 된다고 느끼고 있다. 다른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없다. 성인이 됐을 때 지금보다 훨씬 큰 파워와 스피드를 상대하게 된다. 그걸 이겨내고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할 건가. 몇 배의 운동을 해서 가슴팍과 허벅지 근력을 키워 붙었을 때 이겨낼 수 있다. 볼 차는 개인능력은 좋으니까 웨이트를 해서 그걸 폭발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디에고 마라도나(57ㆍ마라도나) 같이 가슴팍이 넓어지고 허벅지를 키우면 한국 축구에 훌륭한 인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끝나고 특별하게 전해준 조언 같은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라커룸에서 많이 울었다. 다들 수고했다면서 아쉽고 서럽다고 울지 말고 이 눈물이 돌아가서 나중에는 꼭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눈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슬픔의 눈물을 흘릴 수는 있지만 다음에는 기쁨의 눈물로 바뀌도록 성장했으면 좋겠다. 왜 이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상대들이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되새겨보고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 축구공을 옆에 낀 신태용 감독/사진=이호형 기자 -스스로가 평가하는 지도 스타일은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스타일이다. 믿음을 많이 주고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한다. 그 대신 할 있는 부분을 스스로 파괴해버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선수로서 자질이 없다. 그때는 벌이 들어간다. 이제는 강압적인 것은 시대에 안 맞다. 강압이라는 건 결국 지도자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이다. 틀에 박혀 있는 축구를 지양하려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열성적으로 해주면서 열정을 깨워라. 그래야 신난다. 아직은 우리 사회 구조상 그렇게 잘 못한다는 것이다."

-요즘 잠은 잘 주무시나

"16강에서 지고 첫날은 뭘 잘못했는지 지상파 3사 중계보고 느끼면서 새벽까지 지샜을 뿐 그 뒤로는 잘 잔다. 나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고 받지 않으려고 한다. 미리 왜 고민을 하나. 그럴 필요 없다. 예를 들어 감독직을 맡기면 그때 들어가서 열심히 하는 것이다. 미리 뭘 해야겠다는 둥 생각을 안 한다. 맡기면 최선을 다한다. 옛날부터 내 밥그릇이 아니면 쳐다보지 않는다. 내거 아닌데도 되는지 안 되는지 누굴 통해서 건드려 보는 사람들이 있다. 되기 위해서 옆 사람을 이용하고 스트레스를 무지 받는다. 위에 선배님들이 계시고 대한축구협회가 있고 그분들이 판단하시는 일이다. 내 밥그릇이라고 얘기한들 내 것이 되나. 그런 자체를 생각 안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도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프로 팀에 갈 수도 있는 거고 대표팀으로 갈 수도 있다. 또는 연령대 팀을 다시 맡을 수도 있고 모든 문은 다 열려있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감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어떤 걸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K리그 침체ㆍACL 경쟁력 하락ㆍ대표팀 부진 등 한국 축구가 전반적으로 위기다

"투자를 해라. 투자하지 않는데 결과만 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용빼는 재주는 없다. 중국은 800~1,000억원 쓰는데 100억 쓰는 팀이 어떻게 이기나. 한ㆍ중ㆍ일 세 나라만 봐도 우리 예산이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축구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인구나 인프라나 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대등하게 하고 있다. 어느 정도 만들어주고 성적을 내라고 해야 한다. 막연하게 졌다가가 아니라 투자를 안 하는데 어떻게 이기나. 훈련장부터 시작해서 환경을 바꾸고 팬들 끌고 오려면 중계방송도 제대로 해야 할 것 같다."

-한국 축구 침체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래가 단절된다. 기업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나 도시민 구단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운영한다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만이 좋은 성적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소년 시스템은 많이 좋아지고 있다."

-신태용에게 축구란

"인생이자 삶이다. 없으면 안 된다.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재미있다."

분당=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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