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6부작 더 징크스 촬영분 중
2013년 화장실 말실수 녹음 발견
30년간 3건 살인사건 법망 피하다
마지막편 방영 전날 호텔서 체포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냐고, 당연히 그들을 다 죽였지.”
뉴욕의 부동산 재벌 2세인 로버트 더스트가 그의 미스터리한 30년간의 인생을 추적한 HBO의 6부작 다큐멘터리 ‘더 징크스’마지막 촬영에서 마이크를 단 채로 화장실에 가 중얼거린 말이 녹음됐다. 이 혼잣말은 2013년에 녹음됐지만, 2년이 흐른 후 방영을 앞둔 편집 작업에서 발견됐고, 더스트는 6부작 마지막회가 방영되기 하루 전인 14일 가명으로 투숙했던 뉴올리언즈의 호텔에서 체포됐다. 10년 가까이 로버트 더스트를 추적해 온 다큐멘터리 제작자 앤드루 자레키의 집념이 결실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15일 뉴욕타임스가 보도에 따르면 그의 주변 사람이 잇따라 사라지거나 살해된 것은 1982년 아내 캐설린이 실종되면서부터다. 그는 가장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떠올랐으나 “캐설린을 집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주었고, 그 후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른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벗었다. 2000년에는 여자친구 수잔 버만이 로스앤젤레스의 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어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LA경찰은 더스트를 소환조사도 하지 못한 채 증거불충분으로 미제 사건이 되고 말았다.
그는 그 후 가족과 단절하고, 형제들과 유산 소송을 벌이며 법정과 감옥을 여러 차례 오갔지만 캐슬린과 버만의 죽음에 대해서는 결백함을 주장했다. 이후 더스트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벙어리 여자로 가장하는 등 은둔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에는 이웃 주민인 모리스 블랙을 총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한 결과 법정에서 정당방위 판결을 받아 그때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더 징크스’ 제작자 자레키는 더스트 유죄의 결정적 증거가 될 녹음에 대해 “방송용으로는 훌륭하지만 법정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화장실에서 녹음된 내용이라, 용의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캐설린과 보리스 블랙의 죽음에 대해서는 유죄 입증이 어려울 수 있지만, 여자친구 수잔 버만 사건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 징크스’가 확실한 물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LA 경찰이 받았던 익명의 시체 발견 제보 쪽지와 ‘더 징크스’팀이 입수한 더스트가 버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통적으로 주소를 표기하는데 동일한 맞춤법 오류가 나타났으며, 다큐멘터리 촬영에 참여한 법정 문서 심사관의 필적 감별에서도 “한 사람의 고유한 필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30년간 법망을 피하며, 결백한 척 하며 거짓 추억을 기록하려 촬영에 협조했던 더스트는 수잔 버만 살해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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