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3ㆍ1절 기념사
“핵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
강경기조 속 北에 공 떠넘겨
美ㆍ中엔 제재 철저 이행 우회 압박
대화 국면 대비 사전 포석 의미도
우다웨이, 홍용표 통일과 면담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향해 대화를 언급했다. 협상 자체를 겨냥했다기보다는 북한을 향한 압박과 제재 기조를 강화하기 위한 지렛대 성격이 더 크다.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통한 비핵화 해법의 운을 떼고 있는 기류를 조기 차단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1일 제 97주년 3ㆍ1절 기념사에서 “북한이 반드시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갈 것”이라며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변화를 거부하는 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화 가능성의 여지는 남겨뒀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북한에게 공을 떠넘긴 것이다. “이제 선택은 북한의 몫”이라고도 밝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대북 유화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제로(0)라는 점도 못 박았다. 외교안보 당국자는 “북한도 신뢰를 보여야 우리도 호응할 수 있다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지금은 압박 프로세스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대화’라는 단어를 일부러 꺼낸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레 대통령이 대화를 언급 한 데는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에 미국과 중국이 호응하는 듯한 현재 분위기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말 북한과 비공식 평화협정 교섭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중국은 비핵화-평화협정 논의 병행론을 줄기차게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중의 투 트랙 전략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핵 포기 없이 대화는 없다’는 강경한 원칙론의 메시지를 보내며, 미중도 흔들림 없이 대북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에둘러 압박한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말 (북한과 평화협정 물밑 논의 당시) 미국의 태도가 무조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일단 다 공개해서 올려놓고 얘기해보자는 식으로 유연해진 데 대해, 우리 정부는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화 국면으로 바뀌었을 때를 대비해 사전에 포석을 깔아놓는 측면도 있다.
한편, 중국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방한 3일째인 이날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정종욱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 부위원장 등 대북정책 분야 인사들을 잇따라 만났다. 홍 장관은 우 대표와의 면담에서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압박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며,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한중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이에 우 대표 역시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 대표는 주중대사 시절부터 평소 친분이 있던 정 위원장과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오찬을 함께하며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국내 각계의 다양한 여론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와 더불어 북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대화 해법을 주문하는 한편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한중관계 역시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우 대표는 제재가 능사가 아니다라는 중국의 입장을 피력한 것과 동시에 우리의 강경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견고한 것인지 따져보는 역할을 부여 받고 온 만큼, 일종의 탐색전 차원의 행보를 펼친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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