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7.01.26 16:23
수정 : 2017.01.26 16:23

“사람 보고 도망치는 건 한국 길고양이뿐”

등록 : 2017.01.26 16:23
수정 : 2017.01.26 16:23

이용한 고양이 사진 전문 작가·여행가

이용한 작가가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안아보고 있다. 이용한 작가 제공

10년째 길고양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사진과 글로 담아내는 이가 있다. 사람들은 그의 사진을 보고 울고 웃으며 때로는 위안을 얻는다.

어떤 사진들은 일부러 연출한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길고양이를 담은 베스트셀러 포토에세이를 쓴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 작가다. 지금까지 6권의 고양이 책을 집필한 그는 올봄 가족과 고양이의 동거 이야기를 담은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시즌 2를 출간할 예정이다.

이 작가는 2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길고양이의 현실이 슬프고 아픈 것은 맞다”면서도 “길고양이들이 의기소침해 하기 보다는 주어진 삶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길고양이들을 계속 관찰하다 보면 장난도 치고 놀이에도 빠지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는 등 매 순간 충분히 묘생(描生)을 즐기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처음부터 고양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시집도 출간했던 그는 다큐멘터리 잡지 ‘지오(GEO)’에서 편집일을 하다 여행작가가 됐다. 그러던 중 10년 전 우연히 집 밖에서 고양이 한 가족을 만나게 됐고 서서히 ‘캣대디(길고양이를 돌보는 남자)’가 되면서 고양이들을 기록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게 됐다. 찍은 사진들과 사연을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당시 3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는‘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의 출간으로 이어졌고 5만부 이상이 팔리며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이후 도심 속 고양이, 시골에 사는 고양이뿐 아니라 해외의 고양이들까지 책에 담아 냈다.

이용한 작가는 "고양이는 삶이 힘들다고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며 "누가 싫어하건 개의치 않고 자신의 갈길을 가는 존재"라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그의 사진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사진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도 없습니다. 다만 길고양이가 좋아서 그들의 지속적인 성장과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사연이 더해지면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작가는 또 5년간 6개국을 여행하면서 우리나라 길고양이의 삶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터키의 폭설 속에서 고양이에게 이불과 난로를 내어 주는 사진들이 화제가 됐는데 이는 어려운 삶 속에서도 길고양이를 돌봐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로코의 모든 전통 호텔과 식당은 고양이와 동반할 수 있습니다. 서민들은 자기 한 끼 식사인 180원짜리 빵을 고양이에게 나눠 주지요. 인도 콜카타 빈민가에는 자신들은 한 끼를 먹으면서도 1㎞를 걸어가서 닭 내장, 생선 내장을 얻어와서 고양이들을 먹입니다.”

반면 국내에서 길고양이는 연민의 대상이 되다가도 해코지의 목표물이 되기도 하고, 억울하게 살인 진드기나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그는 “사람을 만난 길고양이가 재빠르게 도망가는 나라는 전 세계에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길고양이가 동정이나 화풀이의 대상이 아닌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정진욱 인턴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이용한 작가는 모로코 여행을 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용한 작가 제공

이용한 작가는 장독대 위에 고양이들이 나란히 올라와 있는 모습을 순간 포착해 사잔으로 담아냈다. 이용한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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