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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가 여자 원톱 드라마에 출연한 이유

입력
2017.06.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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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는 KBS2 '추리의 여왕'에서 검거 실적은 좋지만 물불 안 가리는 수사 때문에 승진에서 미끄러지는 마약 수사관 하완승 역을 맡았다. KBS 제공
배우 권상우는 KBS2 '추리의 여왕'에서 검거 실적은 좋지만 물불 안 가리는 수사 때문에 승진에서 미끄러지는 마약 수사관 하완승 역을 맡았다. KBS 제공

지난달 25일 종방한 KBS2 드라마 ‘추리의 여왕’은 캐스팅 단계부터 고전을 겪었습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을 원톱으로 내세워 흥행한 사례가 많지 않아 선뜻 여자주인공 유설옥 역을 하겠다고 나서는 배우가 없었던 것이죠. 남자주인공 하완승 역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자신보다 상대역을 돋보이게 해주면서 추리와 코미디, 액션이 섞인 복합장르를 소화할 노련한 배우를 구하기가 어려웠으니까요.

마땅한 배우를 섭외하지 못해 제작진이 진땀을 빼고 있을 무렵, 하완승을 연기하겠다 손을 든 배우가 나타났습니다. 배우 권상우는 처음엔 제목에 흥미를 못 느껴 대본을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배경수 책임프로듀서(CP)의 설득에 대본을 읽어보고 뒤늦게 출연을 결정했죠. 도대체 시나리오의 어떤 면이 권상우의 마음을 움직였던 걸까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상우는 “그동안의 형사 캐릭터는 남다른 추리력을 지닌 똑똑한 인물이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하완승이 인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주부 탐정 유설옥을 통해 채워간다”며 “실제 나도 결핍이 많은 사람인데, 어딘가 부족한 주인공 캐릭터에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시나리오의 신선한 소재와 독특한 전개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지만, 하완승 캐릭터 자체에 큰 매력을 느꼈던 것이죠.

배우 권상우는 올해 영화 '탐정2' 외에 다른 영화 작품 한 편을 더 촬영할 계획이다. 수컴퍼니 제공
배우 권상우는 올해 영화 '탐정2' 외에 다른 영화 작품 한 편을 더 촬영할 계획이다. 수컴퍼니 제공

반면 유설옥 역을 맡은 배우 최강희는 권상우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극 중 하완승의 활약이 두각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입체감 있는 캐릭터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는 “난 하완승 캐릭터에 관심이 안 가 후루룩 읽고 지나갔는데, 권상우는 ‘이 캐릭터가 꼭 하고 싶다’고 눈을 빛내더라”며 “내가 보지 못한 걸 대본 속에서 읽었고 그걸 그대로 연기하니 캐릭터가 살아났다”고 회상했습니다.

최강희에 따르면 하완승 옷을 입은 권상우는 그야말로 “날아다녔습니다.” “아줌마는 집에 가서 밥이나 해요!”, “아줌마! 현장이 놀이터야?”와 같은 호통 대사가 시원하게 쏟아졌죠. 코믹한 애드리브에 그가 자신 있어하는 액션까지 더해지니 신바람이 날 만도 합니다.

최강희도 연기하기가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는 “누군가가 나를 시원하게 아줌마라고 불러주니 귀여운 표정을 지어도 나잇값 못한다는 반응이 두렵지가 않더라”고 털어놨습니다. “바보인 줄 알았는데 똑똑한 배우”라는 게 최강희가 본 권상우의 모습입니다. 우려되는 다른 부분들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놓치는 배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권상우는 “작품과 감독이 남는 대작보다 극 중 인물이 무엇을 하는지 명확히 보이는 작품이 좋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2015년 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강대만 역을 연기했죠. 최근 ‘탐정2’ 촬영에 돌입한 그가 그리는 이상적인 배우의 상은 이렇습니다.

“’탐정’에서 함께 연기하는 배우 성동일 선배는 가진 재료가 많아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이잖아요. 코믹하고 가벼운 연기부터 진지한 연기까지 잘 소화해 늘 찾는 곳이 많죠. 저도 연륜이 쌓이면 선배 같은 연기자가 돼 있고 싶어요. 그 전까지 정통 멜로나 배꼽 빠지는 코미디, 제대로 된 액션 연기도 한번 진하게 찍어보고 싶네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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