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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가사 논란 DJ DOC의 담담한 처신

입력
2016.11.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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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그룹 DJ DOC는 시국 비판 노래가 여혐 논란으로 번져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 무대에 오르지 못 했다.
힙합그룹 DJ DOC는 시국 비판 노래가 여혐 논란으로 번져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 무대에 오르지 못 했다.

시국 가요를 만들어 대중의 시선을 붙잡았다. 100만여명이 모인 광장 무대에 오르기로 예정됐다. 하지만 악재가 곧바로 따랐다. 가사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공연은 무산됐다. 하지만 이후 처신은 담담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주장을 굳이 강조하지 않았고 적극 해명에 나서지도 않았다. 대오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지적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촛불 행렬에 동참했다. DJ DOC가 26일 보여준 행동은 팬이 아니더라도 응원하고 갈채를 보낼 만했다.

DJ DOC는 25~26일 롤로코스터 같은 이틀을 보냈다. 25일 시국을 다룬 신곡 발표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수취인분명’(미스박)이라는 곡을 26일 촛불집회 공연에서 첫 공개한 뒤 음원을 무료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먼저 알려진 가사 ‘촛불은 안 꺼져 / 이제 좀 쉬어요 집에 돌아가셔서 / 지금 이대로 가신다면 / 진상 아닌 고상’ ‘우리가 궁금한 건 산더미만큼 / 많고 많지만 정말 궁금한 건 / 당신의 7시간’ ‘역대급 삥땅’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우주의 기운에 나라가 기우네’는 신랄했다. 박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짚고 있어 촛불집회에 어울리는 곡으로 여겨졌다. 각오도 달랐다. DJ DOC는 “처음에는 ‘집회의 성격이 엄숙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마음에 참여를 망설였다”며 “그러나 시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또 대중의 사랑으로 성장한 연예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에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대에 서지 못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 국민행동’(국민행동)은 25일 밤 11시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 “DJ DOC의 공연은 취소되었습니다”라며 공지했다. ‘수취인분명’(미스박)의 가사에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있다는 일부 여성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국민행동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잘 가요 미스(테이크) 박 쎄뇨리땅’ 등이 문제가 됐다는 추정이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DJ.DOC 관계자는 “‘잘 가요 미스(테이크) 박 쎄뇨리땅’에서 ‘미스 박’은 ‘미스테이크 박’이란 뜻이 담겼고, ‘쎄뇨리땅’은 새누리당을 꼬집은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의미 있고 평화로운 집회인 만큼 누가 될까 봐 불참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국민행동과 DJ DOC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온라인에선 DJ DOC의 가사가 여성 혐오적인 면이 있으니 당연하다는 주장과 과도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맞섰다. 당사자라면 누구든 논란의 회오리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고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게 능사라고 여길 상황이었다. 하지만 DJ DOC의 멤버 이하늘은 이날 담담하게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여성 혐오 논란에 따른 공연 무산과 달리 노래에 시국에 대한 비판을 담고자 했던 의도가 분명했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던 셈이다. 이하늘은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여혐 논란 확산을 원치 않고 노래 대신 촛불을 들기 위해 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 세대 입장이 돼보니 우리 자녀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라던 25일 입장 발표를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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