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野 회고록 파문에 엇갈린 행보
추미애 “與 잘못 짚어” 확전 자제
박지원 “文 일구삼언” 해명 촉구
새누리당이 ‘송민순 회고록’을 고리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파상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두 야당의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더민주는 정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논란을 의도적으로 자제하며 수세 국면을 탈피할 반전 카드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의 ‘고해성사’를 거듭 압박하거나, 여당과 전선을 확대하며 회고록 이슈를 키우는 모습이다.
더민주는 문 전 대표의 침묵 전략에 보조를 맞추며, 역(逆) 색깔론에 집중할 뿐 그 이상의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참여정부 당사자들의 해명으로 충분히 사실관계가 드러난 만큼, 일일이 대응에 나서는 것 자체가 여당에 빌미만 제공할 뿐이란 판단이다. 문 전 대표 측의 정교하지 못한 대응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당내 불만 여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 총회에서 추미애 대표는 “새누리당이 미르, K스포츠재단과 우병우 수석을 둘러싼 각종 부패 의혹을 가리기 위해 매카시 선풍 일으켜 보려는 작태라면 잘못 짚은 것이다”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인 2002년 평양 방문에 대해서도 ‘내통’이라고 한번 해보시라”고 색깔론 공세에 맞불을 놨다.
대신 더민주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몸통으로 드러나고 있는 최순실씨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을 쌍끌이로 묶은 ‘국정농단’ 프레임으로 역공에 나서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 관련 “아직 고구마 줄기도 다 안 올라왔다. 아직도 팔게 많이 남았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더민주는 당장 19일 비선실세 국정농단 편파기소 대책위 첫 회의를 여는 등 대여 공세의 전열을 재정비한다.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와 새누리당을 향한 양비론의 각을 한층 세우며, 역설적으로 회고록 정국을 이끌고 있다. 해묵은 여야의 색깔론 논쟁과 문 전 대표의 애매모호한 답변을 싸잡아 비판하며 제3당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키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회고록 논란 이후 문 전 대표 측이 말 바꾸기 해명을 한데 대해 ‘일구삼언(一口三言)’이라고 쏘아 붙인 뒤 “당시 관계자들과 협의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밝히는 게 문제 해결의 첩경이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때리기’에 동참한 것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을 앞두고 야권의 기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박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시절인 2002년 평양 방문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도 공개할 수 있다며, 대통령으로까지 타깃을 확대시켰다. 다만 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런 얘기를 하면 외교 후진국이 된다”고 말해, 여당 색깔론에 대한 엄포용으로 해석됐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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