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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NAFTA

입력
2017.01.3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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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한 FTA의 효시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유럽 경제공동체에 대항하려는 의미가 강했다. GATT 체제 이후 지속적 경제력 저하에 고민하던 미국은 유럽식 경제모델에 주목했다. 당시 유럽공동체(EC)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이라는 양대 경제블록으로 무장한 유럽은 두 블록이 유럽경제지역(EEA)이라는 단일시장 창설에 합의하면서 세계 최대시장으로 떠올랐다. EC 출범 당시 이미 GDP 규모에서 유럽에 추월 당한 미국의 경제력은 EEA의 등장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유럽과 일본에 대한 위기감이 NAFTA 출범의 배경이었던 셈이다.

▦ ‘다자주의’와 ‘지역주의’가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통합의 주된 흐름이었다는 점에서는 NAFTA도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회원국들의 수준이 비슷한 다른 공동체와 달리 경제력 차이가 큰 국가 사이의 지역통합이라는 점이 크게 달랐다. 멕시코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높여 불법이민을 막자는 것도 NAFTA를 통해 미국이 노린 효과 중 하나다. 자유무역과 투자확대가 늘면 불법이민의 원인인 멕시코의 고용불안과 정치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NAFTA가 갖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의미다.

▦ 일자리를 되찾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재협상을 공언한 것은 이런 면에서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실망한 아ㆍ태 국가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태세고, 유럽도 중남미 국가들과의 통상협상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중국 견제의 ‘경제동맹’인 TPP에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이 세계경제질서를 쓰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TPP 발족을 주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 다자주의에서 양자협상으로 변신하려는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미국의 영향력을 앞세워 상대국에 대한 약탈적이고 공격적인 개방 요구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한미 FTA도 트럼프의 유세 당시 발언으로 볼 때 이런 전운(戰雲)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NAFTA가 그렇듯이 한미 FTA도 경제적 이해관계로만 따질 수 없는 정치적 함의가 크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자유무역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발에 족쇄를 채우는 격임을 알아야 할 텐데.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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