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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사건 처리 불만 ‘특이한 검란’…내부처리 과정 폭로 유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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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사건 처리 불만 ‘특이한 검란’…내부처리 과정 폭로 유례 없어

입력
2018.05.16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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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항명ㆍ수사권 개혁 반발 등

과거 검란 사례와는 다른 양상

일사불란했던 ‘검사동일체’ 종언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와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외압 주장을 들고나온 건 또 하나의 ‘검란’(檢亂)에 비견된다. 다만, 앞서 검란으로 불렸던 내부 항명이나 반발이 수사권 조정이나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 정책을 내세운 정권이나 외부 압력을 막아내지 못한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개별 사건 처리에 대한 불만에서 촉발된 것으로 성격이 상당히 달라 결과가 주목된다.

가장 최근이자 충격파가 컸던 건 2012년 한상대 전 검찰총장 때였다. 정부가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검찰 개혁안을 밀어붙이자 대검 중수부장이 반발하는 등 극심한 내부 반대에 부딪히자 한 전 총장이 끝내 불명예 퇴진했다. 2011년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낸 데도 검찰 내부 반발이 컸다.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수정 의결된 것을 두고 검찰의 지휘 체계를 붕괴시키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며 중수부장 등 대검 핵심 간부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준규 전 총장 역시 임기를 한 달 앞둔 2011년 7월 검찰을 떠났다. 모두 정부와 국회의 정책 방향에 대한 검찰 내부의 조직적 움직임이었다.

이번에 강원랜드 수사단과 안 검사가 문 총장이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며 문제 제기를 한 건 궤가 다르다. 2003년 법조문에선 사라졌으나 검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왔던 건 ‘검사동일체’라는 원칙이 여전히 살아있었던 점에 비춰 최근 일련의 사태는 이 원칙의 종언을 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검사들이 피라미드 형태로 상명하복 체계를 유지하며 일체와 다름 없이 유기적으로 활동한다는 뜻이다.

상층부 처신의 부당성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평검사 반발이 줄을 이은 최근의 사태는 유례가 없다. 안 검사가 TV에 출연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고, 대구지검 서부지청 소속 진모 검사는 자신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제주지검장이 부당하게 회수했다며 감찰을 요구했다.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 문 닫아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사건 처리에 관련해 수뇌부와 일선의 의견 교환과정에서 마찰은 다반사였지만, 내부 처리 과정을 외부에 알리며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었다”며 “세태가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상급자의 찍어누르기식 지휘에 반감을 가졌던 검찰 내부의 반작용이 표출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개별 사건에 대한 반발을 외부에 알려 해결하려는 건 상급자의 온당한 수사지휘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부작용 우려가 더 크다. 법리 재검토나 보완수사 지시가 내려졌을 때 일선 수사검사가 상부 외압으로 받아들이면 결재권자의 책임 회피성 사건 처리가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일선 검사가 직접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검사동일체 원칙을 억지로 유지하려 하지 말고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사건을 처리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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