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MBC 주말극 ‘엄마’에는 염색약과 피자집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지난달 31일 방송에는 극중 출연자가 요란한 색깔로 머리 염색을 한 뒤 곧바로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협찬사의 제품 홍보를 위한 장면들이다.
방송심의 관련 규제 중에는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프로그램 중 특정 광고를 제한하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에 보다 폭넓게 광고를 허용하며 광고에 의존하는 방향의 정책을 펴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9월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 도입을 허용했다. 광고를 유형별로 횟수와 허용량을 제한했던 것과 달리 전체 허용량만 규제하고 시간과 횟수 등을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MBC ‘무한도전’과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는 비싼 돈을 받고 광고를 더 붙일 수 있다. 이를 테면 과거에는 60분짜리 프로그램에 최대 6분(편성시간의 10%)까지 광고를 붙일 수 있었지만 광고총량제 도입 후에는 최대 9분(편성시간의 15%)까지 광고가 가능하다. 방송 시간이 110분인 ‘무한도전’은 최대 11분이었던 광고시간이 16.5분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스포츠 중계 방송에만 허용되던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한 가상광고가 오락과 스포츠보도 프로그램에도 허용되는 등 공영방송에서 광고의 비중은 더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영방송도 협찬주를 프로그램 제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도 행정 예고했다. ‘00자동차와 함께 하는 무한도전’, ‘00전자와 1박2일’ 같은 식으로 프로그램이 노골적으로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개정안은 ‘방송은 상품·서비스·기업·영업장소 등이나 이와 관련되는 명칭· 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46조)과도 충돌한다. 결국 방통위가 방통심의위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추진했다가 논란이 된 끝에 개정이 보류됐다.
이와 같은 방통위의 정책방향은 공영방송을 더욱 시청률에 의존하도록 한다. 방송사들은 당장 수익은 늘겠지만 시청료 인상에 대한 명분은 잃게 된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KBS 1TV와 같이 광고가 전면 제한된 채널에서도 우회적인 광고가 가능해지는 등 방통위가 방송의 극단적 상업화를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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