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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급선회 가능성… 한국, 협상 지렛대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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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급선회 가능성… 한국, 협상 지렛대 확보해야”

입력
2017.08.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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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포위사격 예고는 대미 압박용

美, 군사적 대응 가능성은 희박

우발 충돌 막을 물밑 노력 필요”

북한 시민이 9일(현지시간) 수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미국에 반대하고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슬로건을 들고 주먹을 뻗으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평양=AFP 연합뉴스
북한 시민이 9일(현지시간) 수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미국에 반대하고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슬로건을 들고 주먹을 뻗으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평양=AFP 연합뉴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연일 잇따르는 북한의 군사 위협이 말 폭탄을 넘어선 계산된 도발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미국과의 극적인 협상 국면이 마련되지 않는 한 북한은 어떠한 형태든 군사적 행동을 취하며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한반도 공멸을 의미하기에 막판에 북미 대화가 성사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비해 한국 정부는 강경 기류에만 휩쓸리지 말고, 대화 국면에 대비한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북한이 10일 아침 8월 중순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괌 포위 사격을 예고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을 향한 압박용 언사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추가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북한은 단계별로 도발을 세분화해 협상 카드로 쪼개서 쓰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경로와 좌표를 공개한 만큼 이후 도발의 최고치를 향해 나가는 수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북한의 위협은 말로 하는 위기조성 전술용 노이즈 마케팅”이라면서도 “괌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선전포고이고, 비슷한 사거리로 다른 방향으로 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더라도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고, 양쪽 공히 감당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국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일변도 정책이 능사냐는 비판 여론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든 북한이든 한 쪽에서 먼저 굽히거나 양보하는 패턴을 반복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미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치킨게임을 하고 있지만, 충돌 직전 진실의 순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며 “1994년 영변 핵 시설 폭격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처럼 막판에 대타협을 할 수 있다. 당시엔 미국이 꼬리를 내리고 북한에 특사를 보냈었다”고 말했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충돌을 회피하는 쪽으로 나올 가능성이 80%다”며 “핵 동결이라는 팁을 슬쩍 미국에게 건네고 제네바 합의를 만든 것처럼 ICBM을 포기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 평화협정까지 맺는 협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북미 대화가 아닌 남북 대화 역제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때 북한이 돌연 대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선 제3자의 입장에만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라는 일침이 잇따랐다. 일단 전쟁 불가 메시지를 반복해서 주입시키는 한편, 북미 협상 국면에 대비해 중재자로서의 지분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북한과 미국이 직접 거래하는 경우 한국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외교든 대북 메시지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제3자처럼 전망하는 게 아니고 어떻게 상황을 바꿀 것인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수 연구원장은 “당분간 압박을 하면서도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 만드는 게 우리 역할인데 지금까지는 탐색전에 불과했다”며 “북한을 알아가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강연에서 “4대국 특사를 보낼 때 북한에도 특사를 보내 우리의 대북 구상을 설명했어야 했는데 실기했다”며 “지금의 위기 국면에서는 어렵더라도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화를 이끌기 위한 물밑접촉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며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안보 차원에서 대화로 전환하기 위한 물밑접촉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자 대북제재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윤덕민 교수는 “북한이 ‘서울 패싱’에 나서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국민을 보호할 억지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며 “패싱을 피하기 위해선 미국 핵 우산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원연구원장은 “우리 정부가 자체적인 대북제재안을 마련해 대북 압박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주ㆍ손효숙ㆍ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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