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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트럼프의 기행(奇行) 정치

입력
2017.06.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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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순방 중 한 일련의 행동들은 다시 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한다. 나토 정상회의가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으러 갈 때 앞서가던 몬테네그로 총리를 거칠게 밀쳐내고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거만한 표정을 지어보인 것이나, G7 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 총리가 연설할 때 유독 통역 헤드폰을 쓰지 않은 것은 도무지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아예 연설을 들을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다. 압권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G7 단체사진을 찍은 뒤 다른 정상들은 600여m 거리의 회의장까지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는데 혼자 떨어져 골프 카트를 타고 간 것이다.

▦ 트럼프의 ‘인간 배터리론’이 회자된 적이 있다. 사람이 지닌 에너지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낭비하는 운동은 나쁘다는 그의 건강 지론이다. 그가 유일하게 예외로 한 게 골프다. 하지만 골프를 칠 때도 그는 걷지 않고 항상 카트를 타고 다닌다. 이런데도 올해 만 71세로 취임 시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인 그의 건강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하니 미스터리다. 시칠리아의 카트 소동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뼛속 깊이 박혀 있는 골프장에 대한 향수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 골프는 그의 외교정책 1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방 중 벨기에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는 유럽연합(EU)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고 하는데, 이유가 아일랜드에서 자신의 골프장 건설 승인을 받는 데 2년 반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2월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장이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문을 열자 개장식에 두 아들을 직접 보내는 등 두바이 정부와의 관계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최근 백악관 소셜미디어 보좌관에 과거 자신의 캐디를 임명한 것도 골프정치의 한 예다.

▦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는 지구온난화를 “헛소리”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아일랜드 당국에는 자신의 골프장 주변에 3㎞의 방파제 축조 승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폭풍우가 심해져 침수를 막으려면 제방을 쌓을 수밖에 없다”는 게 신청서 내용이다. 트럼프는 “파리가 아닌 피츠버그의 시민을 위해” 협약을 탈퇴한다고 했다. 하지만 피츠버그 시장은 “우리 국민과 경제, 미래를 위해 협약을 준수하겠다”고 했다. 피츠버그 시민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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