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농협 권총강도, 3㎞ 떨어진 CCTV는 보고 있었다

알림

농협 권총강도, 3㎞ 떨어진 CCTV는 보고 있었다

입력
2017.04.23 16:28
0 0

경산 농협 강도 구속영장 신청

도주 당시 자전거 실은 트럭

도로 CCTV에 찍혀 결정적 단서

45구경 권총ㆍ실탄 11발 압수

과거 장교들이 주로 쓰던 총기

경찰, 구체적 입수 경위 추궁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농업용 트럭. 연합뉴스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농업용 트럭. 연합뉴스

완전범죄를 노린 경북 경산 자인농협 권총강도사건 범인이 폐쇄회로(CC)TV에 꼬리가 잡혔다. 얼굴을 가리고, 어눌한 말투로 외국인처럼 위장하는 가 하면, 자전거와 트럭을 갈아타는 치밀한 도주행각을 펼쳤지만 CCTV를 비켜가진 못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55분쯤 경북 경산시 남산면 자인농협 하남지점에서 발생한 권총강도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 경산경찰서는 사건발생 55시간 만인 22일 오후 6시47분쯤 충북 단양군 D리조트 주차장에서 용의자 김모(43)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23일 특수강도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씨를 추궁, 김씨 주거지에서 700m가량 떨어진 지하수 관정에서 45구경 권총과 실탄 11발을 압수했다.

경찰은 또 김씨 집 인근 창고 선반에 감춰둔 현금 1,190만 원과 범행 당시 도주에 이용한 자전거도 찾아냈다. 김씨는 범행 당시 입었던 모자와 방한용 게이터, 등산복 등은 불태웠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매년 한번씩 열리는 집안 모임에 참석차 22일 충북 단양의 한 리조트에 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농업에 종사하던 김씨는 경찰에서 “부채가 많아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에 사용한 권총이 시중에서 흔히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 구체적인 입수 경위를 추궁중이다. 김씨가 사용한 권총은 콜트 45구경(구경 0.45인치, 약 11.25㎜) 탄창식 반자동 권총으로, 과거 우리 군 장교 제식권총이었다. 대부분 창고에 보관 중이지만, 전차병 등 일부에선 지금도 여전히 신형 대신 구형의 콜트 45구경을 사용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아직 출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군부대 등이 유출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자인농협 하남지점에서 약 6㎞ 가량 떨어진 곳에서 농사일을 하는 김씨는 범행 현장의사정을 상세히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직원이 4명뿐이고, 청원경찰도 없는데다 인근에 CCTV도 적어 범행이 용이한 것으로 판단했다. 등산용 넥게이터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범행 1시간 전부터 주변을 살피다 행동에 나섰다.

다른 손님이 없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창구로 가서도 “담아” “휴대폰” “(금고)안에(들어가)” 세마디만을 남겼고, 경찰은 경산지역 공단에 근무중인 외국인일 가능성을 두고 탐문케 하는 등 수사력에 혼선을 일으켰다. 4분만에 1,563만 원을 털어 나간 김씨는 농협 옆에 미리 세워둔 자전거로 달아나다 중간에 트럭에 싣고 순식간에 집으로 도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하지만 김씨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긴 CCTV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농협 주변 CCTV를 통해 건물 밖에 세워둔 자전거가 범행 직후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특히 농협에서 3㎞ 가량 떨어진 도로에 설치된 CCTV에서 문제의 자전거를 싣고 가는 트럭을 발견한 것이 김씨 체포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경찰은 이 트럭의 번호판을 추적, 김씨의 신원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단독범행으로 보이며, 구체적 총기 입수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농촌지역에 설치된 방범용CCTV는 물론 무인교통단속카메라 등이 범죄예방과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