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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태양광 발전기를 가전제품처럼

입력
2017.08.3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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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중국 태양광기업 황밍그룹의 황밍 사장을 만났다. 그는 재생가능에너지 시장개척을 위한 노하우를 소개했다. 시민들이 태양열온수기를 가전제품처럼 구매할 수 있게 시내 한복판에 대리점을 열고, 찾아가는 서비스센터를 운영했다. ‘태양열온수기 입양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태양열온수기가 고장이 나 방치되면, 황밍 그룹이 ‘입양’해서 무료로 수리해줬다.

독일은 환경부가 지자체의 100% 재생가능에너지 자립을 지원한다. 자벡시는 2008년 자립목표를 세우고 공공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기업투자를 유치하면 목표를 빨리 달성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려도 시민에게 이윤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시민들은 협동조합 ‘자벡을 위한 에너지’를 통해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에 투자했고, 2013년 목표를 달성했다.

다 지은 원전을 국민투표로 중단한 오스트리아 무레크에서 만난 농부 토터씨. 그는 포도와 호박 재배 농부이자 바이오 디젤 회사 대표였다. 무레크는 바이오 디젤, 우드 칩 지역난방, 바이오 가스와 태양광으로 에너지자립 170%를 자랑한다. 그는 농부들이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들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 연구소, 환경단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한다.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의 주인공은 시민이다. 서울시는 햇빛펀드를 만들어 시민들이 태양광에 투자해 수익을 얻게 했고,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와 융자지원으로 협동조합을 지원했다. 도시형 모델에 맞는 베란다 태양광은 3만가구 넘게 설치됐다.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짐이 무겁다. 에너지소비를 줄이면서, 재생가능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여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30년 20% 달성을 위해 지자체와 주민참여 방식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한다. 최근 지자체와 ‘재생가능에너지 정책 협의회’를 열고 보급지원과 전담기구 설립을 논의했다. 이왕 하는 김에 수요관리를 포함한 에너지정책 전반을 다루면 어떨까? 지자체가 절약과 효율개선을 적극 펼치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산업부는 한국전력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 허용, 절대농지 규제완화, 이격거리 규제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태양광과 풍력이 곳곳에서 민원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대규모 투자와 부지확대가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생태경관과 절대농지를 침범하면 평판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황밍 사장이 태양광발전기를 입양한 것은 ‘신뢰회복’과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노력이었다.

산업부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도 땅만큼이나 ‘사람’이 중요하다. 시민들을 만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주민참여형 재생가능에너지가 확산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의 이익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벌써 정부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태양광발전과 설치부지 확보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인한 수익이 특정기업이나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땅이 없어도, 소액이라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시민들이 많아야 한다. 독일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의 절반은 시민과 협동조합이 출자한 것이다. 이제 우리도 자산에 부동산과 예금만이 아니라 태양광발전기, 풍력발전기가 추가될 수 있도록 정책을 디자인해보자. 햇빛과 바람이 모두에게 평등하듯이, 모든 시민들이 전환의 이득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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