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시에 밀집돼 있던 진원
북동ㆍ남서 방향으로 뻗어가
“후타가와 단층대 동쪽 구간
아소산 칼데라까지 이어진 듯”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일대를 강타한 연쇄지진이 단층대를 따라 인근 지역으로 줄지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진을 유발한 단층대가 활화산인 아소(阿蘇)산 방향으로 깊숙이 뻗어있다는 분석이 나와 여진이 계속될 경우 아소산이 공포의 대상이 될 공산이 커졌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14~16일 구마모토현 강진은 본진이 일어난 마시키마치(益城町) 지역의 북동ㆍ남서쪽으로 진원이 확산되며 여진을 이어갔다. 16일 오전 1시 25분쯤 마시키마치에서 일어난 규모 7.3의 본진은 초기에는 북동 방향으로 뻗은 후타가와(布田川)단층대를 따라 움직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일본 기상청이 16, 17일 양일 간 여진을 분석한 결과 마시키마치를 출발해 남서쪽으로 뻗어 있는 히나구(日奈久)단층대에서도 추가 움직임이 포착됐다. 양 단층대가 교차하는 마시키마치를 중심으로 북동방향의 후타가와단층대와 남서 방향의 히나구단층대로 지진이 확산하며 이번 지진은 규슈 지방 정중앙을 관통하는 형태가 됐다.
최초 지진 후 470여차례 여진이 이어졌지만 두 단층대를 따라 일어난 지진이 체계적으로 분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본진 지점에서 북동쪽으로 40㎞ 가량 떨어진 아소시에서는 같은 날 오전 3시 55분쯤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약 5시간 후인 오전 9시 16분쯤에는 구마모토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40㎞ 거리에 위치한 야쓰시로(八代)시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포착됐으며, 이후 주변에서는 소규모 지진이 연이어 관찰됐다. 요미우리신문이 기상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16일 오전에는 진원이 구마모토시 인근에 밀집해있던 반면, 17일 낮까지 이어진 여진은 북동ㆍ남서 방향으로 길게 뻗은 모양새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이렇게 광범위한 확산은 전례가 없어 경험을 적용할 수 없다”며 “추후 강진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후타가와 단층대는 아소산의 분화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17일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는 “후타가와 단층대의 동쪽 구간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수 킬로미터 길고 아소산의 칼데라(화산 폭발로 움푹 파인 산 정상) 가운데까지 뻗어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단층이 칼데라 서쪽 가장자리에서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으나 실제 그보다 더 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장인 히라타 나오시(平田直) 도쿄대 교수는 "마그마 덩어리 근처에까지 단층이 있으면 단층 운동에 의한 자극으로 화산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소산 폭발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대표 활화산인 후지(富士)산도 지진 고위험 구역으로 꼽혔다. 일본 도쿄(東京)신문은 18일 지진조사위원회의 전국 활단층 조사 자료를 인용, 후지산 근처 야마나시(山梨)현에서 북쪽 나가노(長野)현으로 이어진 이토이가와(絲魚川)ㆍ시즈오카(靜岡)단층대가 향후 30년 내 규모 7.4~7.7의 강진을 유발할 확률이 30%에 달한다고 전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