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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떡락’과 ‘떡’

입력
2018.07.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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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ㆍ사회과학이 생산하는 전문지식의 가치는 암호화폐의 그것처럼 갈수록 ‘떡락’하고 있다.”(‘시사인’ 2018.2.20.) 주식 가치의 갑작스러운 폭락을 가리키던 은어, ‘떡락’이 가상화폐 투자자 사이에서 널리 쓰이더니, 이젠 영역에 제한이 없이 쓰이는 말이 되었다. ‘떡락’이 확장되니 그 반대말인 ‘떡상’의 쓰임도 확장되는 건 당연지사. “‘떡락’한 내 인생도 언젠가는 ‘떡상’할지 모르잖아요”에서처럼. 그런데 ‘떡상’보다 ‘떡락’의 뜻이 먼저 와닿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떡칠’과 ‘떡실신’의 ‘떡’에서 ‘떡락’의 ‘떡’을 연상하기 때문인 듯하다.

“얼굴에 흰 분을 떡칠을 했다”나 “밤새 술을 먹고 떡실신을 했다”에서 ‘떡칠’과 ‘떡실신’은 ‘떡이 된 상태’, 즉 ‘엉망진창인 상태’를 나타낸다. 그런데 이로부터 ‘떡락’의 ‘떡’을 연상했다면, ‘떡칠, 떡실신, 떡락’의 ‘떡’에서는 ‘엉망진창인 상태’라는 공통의미를 뽑아낼 수 있을 터. 전통 음식 ‘떡’이 ‘떡이 되다’란 비유 표현을 거쳐, ‘떡칠’ ‘떡실신’ ‘떡락’이란 낱말을 이루는 요소로 쓰인 것이다.

그런데 ‘가치의 폭등’을 뜻하는 ‘떡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의미상 ‘떡상’의 ‘떡’에서는 ‘정도가 과함’을 연상할 수는 있어도 ‘엉망진창인 상태’를 곧바로 연상하긴 어렵다. 따라서 ‘떡칠’ ‘떡실신’ ‘떡락’ ‘떡상’으로 비교의 범위를 넓히면, ‘정도가 과함’이란 공통의미를 추출할 수 있다. 이처럼 ‘정도가 과함’으로 추상화된 ‘떡’은 위의 네 낱말만이 아니라,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한 ‘떡’이라면 그것은 구체 명사가 추상화되어 접두사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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