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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잉꼬커플, 질펀한 연산·녹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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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잉꼬커플, 질펀한 연산·녹수로

입력
2015.06.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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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이자람-배우 백석광

'문제적 인간 연산' 한무대에 서

"계속 사귀려면 이 작품이 마지막"

이자람(왼쪽) 백석광의 요즘 관심사는 연습이 없는 일요일에 뭘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느냐다. “지난 주에 삼계탕, 그 전 주에는 오리고기 먹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뭘 먹어야 할까요?” 배우한기자 bwh@hankookilbo.com
이자람(왼쪽) 백석광의 요즘 관심사는 연습이 없는 일요일에 뭘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느냐다. “지난 주에 삼계탕, 그 전 주에는 오리고기 먹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뭘 먹어야 할까요?” 배우한기자 bwh@hankookilbo.com

18일 서계동 국립극단 연습실. 악몽에 시달려 울부짖는 연산을 녹수가 달려와 품는다. “또 꿈을 꾸셨소?” 녹수가 자장가를 부르자, 연산이 녹수 치마 밑으로 기어들어가 장난을 친다. 녹수가 몸을 흔들며 연산 머리를 잡다가 이내 무등을 타고 한판 놀이를 시작한다. “붉은 것은 대추, 대추는 달다.” “달면 엿이다.” “엿이면 붙는다.” “붙으면 첩이다.” 수십 개 눈이 지켜보는 연습에서 연산과 녹수를 맡은 신인 배우들의 연기가 거침없다. 몸과 몸이 엉겨 붙은 질펀한 장면도 퍽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7월 1~26일 소공동 명동예술극장에 올려지는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의 주인공인 소리꾼 이자람(36?녹수 역)과 배우 백석광(32?연산군 역). 공연계 소문난 잉꼬 커플이 연극 무대에서도 연인으로 만난다. 두 사람은 “2008년 한 창작무용극에서 만났는데 작품은 없어지고 우리만 남았다”며 “다시 함께 한다면 전통예술과 연극을 두루 섭렵한 이윤택 선생의 작품에서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석광이 지난해 국립극단 연극 ‘혜경궁 홍씨’에서 사도세자 역으로 출연했고, 이자람이 찾아와 출연진에게 떡 돌리는 모습을 본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2006년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 발표회에서 백석광씨를 처음 봤는데, 첫인상이 너무 독특해서 ‘저 사람 애인하면 참 힘들겠다’ 싶었어요. 2008년 다시 만났는데 그때는 이유없이 그냥 잘 보이고 싶더라고요.”(이자람)

당시 무용수였던 백석광은 독립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연극배우가 됐다. 백씨는 “이야기가 있는 무용 작품에 출연하다가 아예 연극과 영화로 눈을 돌렸고, 독립영화를 연출하면서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백씨를 통해 이자람도 연극에 발을 들였다. 창작 판소리 ‘억척가’를 함께 만들었던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가보 톰파에게 제안해 2013년 연극 ‘당통의 죽음’에서 해설자인 거리광대로 출연했다.

이윤택 감독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문제적…’은 조선 최악의 폭군 연산군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해 1995년 초연 당시 각종 연극상을 휩쓴 화제작이다. 이자람은 이번 공연에서 장녹수와 폐비 윤씨 1인 2역을 소화하고, 두 여인이 부르는 소리 작창과 음악감독까지 맡아 노래를 모두 새로 작곡했다. 백석광은 무용수 출신답게 격정적인 안무로 연산군의 광기와 분노를 표현한다.

만인 앞에서 애정 연기가 민망할 법도 한데, 각자 맡은 역이 많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대답이다. 이자람은 “혹시 연습실에서 제가 신경쓰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백석광씨가 ‘미안한데, 생각할 겨를 없다. 연산 잘 해내야 연애도, 작품도 좋아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민망해진 백석광이 “이제까지 큰 골자 세우는데 매진하다 보니 신경 쓰지 못했다”며 “눈 맞춰주고, 연기 잘 받아주는 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하기야 불쑥 사적이 감정이 솟구쳐 오를 때가 있다. 이자람은 “악몽에 시달린 장면에서 우리 애인 너무 열심히 땀 닦아주다가 ‘허리 좀 그만 숙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원래 서로 공연 준비할 때 스트레스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사이였는데, 이제 한 작품을 준비하니까 그럴 시간이 줄어든 건 아쉽죠.”(백석광)

다시 같은 작품에 도전하겠냐는 질문에는 둘 다 단호하게 “노”를 외친다. “계속 만나려면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 돼야 할 것 같아요.”(이자람)

1644-2003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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