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등록 : 2018.05.16 14:28
수정 : 2018.05.16 16:44

[애니칼럼] 우리가 생물다양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하여

등록 : 2018.05.16 14:28
수정 : 2018.05.16 16:44

빠르게 비행하고, 물속까지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는 물총새의 부리는 공기역학적으로 마찰을 줄이는 매우 효율적인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생물종은 저마다의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픽사베이

우리나라 달력을 들춰보면 참 많은 기념일들이 적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는 5월 22일은 ‘생물다양성의 날’입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닌 국제 기념일로서 1992년 5월 22일 ‘생물다양성 협약’이 발표된 것을 기념하여 지정한 날이죠. 우리나라는 좀 늦은 1999년 10월에야 협약에 가입을 했습니다.

생물다양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생물종과 그 수가 많다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계도 다양하게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포함됩니다. 각 생물종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서식지가 산림, 습지대, 호수, 강, 사막으로 다양하게 나뉘는 것처럼 말이죠.

생태계 다양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산악형 동물인 산양은 바위절벽을 자신의 피신처로 삼아 살아가기에 서식지대에 바위 절벽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한편 도요새들은 주요 먹이인 갑각류나 갯지렁이 같은 연체동물이 살아가는 너른 갯벌을 선호합니다. 당연히 호랑이는 먹이인 멧돼지가 살아가는 숲을 선호합니다.

만약 갯벌을 막아 깊은 호수로 바꾸면 호수를 휴식지와 먹이터로 이용하는 오리류 수는 늘어나겠지만 헤엄을 치지 못하는 많은 도요새들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떠나게 되고, 결국 그 지역의 종의 다양성은 줄어들게 됩니다. 갯벌은 사라지고 호수만 남는 등 그 지역의 생태계 다양성이 단순화되었기 때문이죠.

다양한 생물종은 저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채를 생태계 내에서 내뿜고 있다. 생각해보라. 단순한 색의 장미꽃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겠는가? 픽사베이

생물종이나 유전적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양이과 야생동물만 하더라도 이제 삵만 남아있고,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는 이미 절멸되었습니다. 생물종 다양성이 단순화된 경우죠. 하지만 다양한 동물 종들은 각자의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기에 생태계는 마치 그물과 같이 튼튼하게 짜여 있어야 합니다. 찢어진 그물이 힘을 쓸 수 없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유전적 다양성이라 함은 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이모, 고모, 삼촌, 당숙, 조카 등의 친인척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 생물종 내의 유전적 다양성이 존재해야 진화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뿐더러 변화해가는 환경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열성 유전자 출현을 피하기 위해 근친결혼을 피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결국 유전적 다양성은 자신, 한국인, 더 나아가 인류와 모든 동물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전적 다양성은 종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고, 종 다양성은 생태계 다양성이 담보될 때 가능합니다. 건강한 숲과 계곡, 강과 습지, 갯벌이 있어야 산양과 호랑이, 열목어와 황새, 도요새, 낙지와 갯지렁이 등 다양한 종이 살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이 영속해야만 다양한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세상과 경쟁해나갈 수 있죠. 이 세 가지 요소 중 그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성질은 없습니다.

야생 원종은 식량자원의 장기적 개발을 위해 매우 중요한 유전적 보고 역할을 담당한다. 식량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유전자원의 보전은 필수적인 요소다. 픽사베이

‘경제 가치적 측면’에서도 생물다양성 보전은 중요합니다. 현대에 들어 엄청난 잠재적 시장 가치를 가진, 즉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 인정받은 유용 생물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국제적 경쟁이 치열합니다. 게다가 생명공학기술의 발달로 천연신약, 유용생물소재 발굴이나 식량과 관련된 종자개량, 유전체연구 등에 있어 생물자원의 활용가치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죠.

크리스마스 트리의 재료로 유명한 구상나무는 1900년대 초반 제주도에서 반출된 것이 그 기원이 되었다. 픽사베이

일례로 1940년대 라일락과 생김새가 비슷한 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가 반출된 후 일반 라일락보다 향기가 더 진하고 꽃이 더 오랫동안 피도록 품종개량 되었고,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점유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로열티를 지불하고 다시 ‘미스킴라일락’으로 역수입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구상나무는 기독교문화권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도에서 반출되었고, 개량을 통해 현재 정원수와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을 받는다고 합니다.

넓게 형성된 작물재배단지는 생물 다양성을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 되었고 농약이나 제초제의 사용에 의해 원래 서식생물은 급속도로 사라져갔다. 픽사베이

하지만 지구 생물종 절멸 속도는 지구 역사상 이전보다 100~1000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답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유전자원의 보전을 직접 국가 이익으로 돌릴 수 있도록 2010년 일본에서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돼 2014년 12월부터 발효되었습니다. 타국의 생물 유전자원을 사용하는 국가는 해당 국가에서 사전 승인도 받아야 하고, 의약품 개발 등 수익이 생기면 원산지 국가와 나눠야 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결국 이 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의 경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내용이죠. ‘나고야 의정서’는 이를 통해 생물종 절멸 속도를 2020년까지 절반 이상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45억년이 넘는 동안 지구는 수많은 변화를 겪으며 현재의 자연계를 완성하였다. 하지만 18세기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인간에 의해 자연계는 급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생명체는 이러한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전 지구적으로 멸종하고 있다. 픽사베이

무엇보다도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자연(自然), 즉 스스로 존재하는 그 자체를 유지해야 하는 전 지구적 당위입니다. 이 시대를 잠시 빌려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복잡성을 단순화시킬 권리는 없습니다. 게다가 푸른 별 지구는 우리 후세와 모든 생물이 공존할 때 그 존재의 가치를 비로소 갖게 됩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        동그람이 포스트        바로가기

▶        동그람이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불청객 남한… 북한, 핵실험장 취재진 명단 끝내 안 받았다
김경수 “고 구본무 회장, 핍박받던 시절 봉하에 특별한 선물”
목숨 건졌지만… 중환자실 공포 못 잊어요
“부동산ㆍ예금 올인 그만… 바벨형 투자로 노후 준비를”
나경원 의원 비서, 통화하던 중학생에 폭언 논란
미쉘린 2스타 셰프 “제주음식은 재료의 맛이 풍부”
잠실야구장 응급구조단 “우리도 9회말 2아웃부터 시작”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