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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기업 사장 헤드헌팅으로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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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기업 사장 헤드헌팅으로 뽑자

입력
2018.02.06 14: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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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기업의 채용비리가 많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 그러나 절차의 불투명성은 신입직원 채용만이 아니라 사장 임명 때에도 마찬가지다. 현 절차는 공모(公募) → 임원추천위원회 → 공공기관운영위원회 → 장관 제청 → 대통령 임명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특정인을 내정해 놓고 위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내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보장되어야 하며 어차피 행사할 임명권을 좀 일찍 내정단계에서 쓰는 것뿐이다. 다만 내정을 공모절차로 포장하는 것이 문제의 불씨가 되고 있다.

첫째, 부적격 낙하산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장관은 공운위까지 거친 후보자를 대통령에 제청하는 단순 징검다리 역할만 한다. 그렇다고 임추위, 공운위 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20여명에게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개별 위원이 대세를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며, 시도할 용기를 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아예 책임이 없다. 애당초 공식적으로는 내정이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아름답게 포장된 절차를 거쳐 제청된 사람을 임명하는 것뿐이다. 누구도 부적격 낙하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마음 놓고 부적격자를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내정자 결정과정도 문제다. 공기업 사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을 밀어 줄 후견인에게 인사 청탁을 한다. 내정은 결국 후견인 간 힘겨루기로 결판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내정된 사람이 역량 있다면 그것은 우연이다. 셋째, 간혹 내정자가 없는 경우에도 공모로 적임자를 골라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적임자 중에는 짜고 치는 고스톱의 들러리가 될 우려에 마음을 접는 사람이 많다. 그 일을 가장 하고 싶은 사람이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넷째,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한다. 긴 임명절차에 서너 달은 기본이고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 제도는 청와대 의중에 있는 사람을 모양 좋게 임명하려는 절차에 불과하다. 그 과정에서 책임성이 약화되어 부적격 낙하산의 가능성이 커지고 불필요한 비용만 소모하고 있다.

명확한 책임이 변화의 첫 걸음이다. 내정의 발원지는 청와대이므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운위에 내정자를 추천하고 공운위의 검증결과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공운위 위원장인 기재부 장관에 검증을 의뢰하는 형식이라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국회가 검증하게 되면 행정비용이 더 커진다.

결국 부처 장관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장관에게 3명 내외의 기관장 후보를 순위와 함께 공운위에 추천케 하자. 공운위는 후보자 중 결격자를 제외하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은 순위대로 사장직 수행의사를 확인하고 임명장을 주면 된다. 장관의 책무성 강화를 위해 자신이 추천한 사장의 경영평가 점수를 집계하여 공개하자. 물론 청와대는 부처 장관에게 특정인을 1순위로 추천토록 요구할 것이며 장관은 이를 따를 것이다. 그러나 장관이 추천에 대한 공식책임을 지게 되면 청와대도 부적격 인사를 1순위로 추천하라고 장관에 요구하기 미안해진다.

공모절차는 그대로 두되 지원하지 않은 사람도 장관이 추천할 수 있게 하자. 장관은 헤드헌팅 회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장관은 공모지원자와 헤드헌팅사가 뽑아 준 인사 중 3명을 순위를 매겨 고르는 것이다. 장관의 힘이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나 권한이 있어야 책임도 생긴다. 지금은 권한을 흩어 놓아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공기업 사장보다 더 중요한 장관직도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현재 정부에서 개방형으로 실국장을 뽑을 때에도, 공모 없이 적임자를 스카우트 하는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장관에게 추천 책임을 주고 헤드 헌팅으로 공기업 사장 뽑자. 그래야 부적격 낙하산이 줄어든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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