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망막병증 300만명 육박
1년 한 번은 눈 검사 받아야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속담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암흑세계에 갇힌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시력을 앗아갈 수 있는 질환은 당뇨병성 망막증(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등 다양하다. 특히 국내 당뇨병 환자가 320만 명, 당뇨병 고위험군 660만 명 등 당뇨병 인구 1,000만 명 시대이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건강에 큰 위협을 주는 당뇨합병증. 이 가운데 실명을 유발하는 당뇨망막병증은 2010년 217만435명에서 2014년 297만638명으로 37%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망막질환 전문의 문상웅(47)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에게 당뇨망막병증에 대해 물었다. 문 교수는 황반변성, 망막박리 등 고난도 수술을 5,000회 이상 시행한 ‘안과의 외과의사’다. 강동경희대병원의 명의 육성 프로그램인 ‘목련교수’로도 선정됐다.
망막은 눈 안에 있는 신경층으로, 시각기능과 관련된 신경조직이다. 안구 뒷부분 안쪽 벽에 붙은 1㎜정도 투명한 막이다. 우리 눈을 카메라에 비교한다면 필름에 해당한다. 각막과 수정체(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망막(필름)에 맺히고, 그 정보가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망막은 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기에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혈관이 건강하고 혈액 흐름이 원활해야 한다. 문 교수는 “당뇨병은 눈과 콩팥 등에 주로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발병 시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며 “당뇨병을 진단 받은 뒤 15~20년이 지나면 50%정도가 당뇨망막병증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은 전체 당뇨병 환자의 26~38%정도”라고 덧붙였다.
“당뇨망막병증 원인은 고(高)혈당이 가장 큰 위험인자입니다. 여기에 긴 당뇨병 이환기간, 높은 당화혈색소(HbA1c) 수치, 유전 요인, 수축기(최고) 혈압, 이상지질혈증, 낮은 체지방도 위험인자라고 할 수 있죠. 당뇨망막병증은 30세를 넘겨 진단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유병기간이 5년 이내이면 28.8%, 15년 이상이면 78%가 걸립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1년)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에서 13.8%가 당뇨병 환자입니다. 이 가운데 15.8%가 당뇨망막병증이었고, 특히 4.8%는 시력을 위협할 정도죠.”
문 교수는 이전에는 치료할 수 없었던 당뇨망막병증이 항(抗)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등 새로운 약물과 레이저수술 등의 비약적 발전으로 치료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대개 안과라고 하면 염증성 질환이나 근시교정, 백내장 수술 등을 떠올리죠. 주 영역이고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20년간 눈부신 의학발전 덕분에 망막질환 분야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망막이 떨어지거나 출혈이 생기는 등 문제가 생기면 못 고친다고 손을 놓았습니다. 실명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급속한 의학발전으로 망막질환도 이제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지요.”
문 교수는 이처럼 의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시기에 망막질환을 공부하고 진료하고 있는 걸 행운이라고 여긴다. 그는 2~3년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에서 1년간 연수도 다녀왔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는 고령 인구가 많고 자외선이 강해 자연히 망막질환 연구가 강한 곳이다. 그는 특히 “30~40대 젊은 층 가운데 당뇨망막병증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교수는 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을 진단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당뇨망막병증으로 시력이 크게 나빠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이로 인해 30~40대 젊은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당뇨망막병증이 특별한 통증 없이 서서히 시력이 떨어지기에 환자 스스로 병 진행을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비문증(날파리증ㆍ눈 앞에 먼지나 벌레 등이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 광시증(어둠 속에서 빛을 느끼는 증상), 변시증(사물이 비뚤어져 보이는 증상), 시야 흐림, 야간 시력 저하, 독서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지요.”
문 교수는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눈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을 첫 진단 받았을 때 당뇨망막병증이 이미 생겼을 수 있기에 반드시 눈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망막병증을 예방하려면 생활 속 습관도 중요하다. 문 교수는 “스마트폰, 컴퓨터, TV는 되도록 적정거리를 지키고, 흔들리는 차 안이나 햇살이 비치는 야외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진료철학으로 수술할 때 밤 12시까지 모든 스케줄을 다 비워둘 정도로 일 중독자인 문 교수는 “당뇨병은 아무리 잘 조절해도 합병증은 생기므로 앞으로 합병증 치료에 중점을 둔 진료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눈이 건강해지는 습관>
-책상에 앉을 때는 조명을 꼭 켠다(백열등이나 할로겐램프).
-컴퓨터는 40~50㎝, TV는 2m 떨어져 본다.
-책을 읽을 땐 바르게 앉아 30㎝정도 떨어져 읽는다. 40~50분쯤 본 뒤에는 10분간 먼 곳을 바라본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화면 글자를 키워 눈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멀리서 본다.
-흔들리는 차 안이나 따가운 햇살이 비치는 야외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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