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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ㆍ감] 책의 위기... 출판 인력도 신간도 이례적 급감

입력
2016.03.0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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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새 학기에 사용할 참고서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4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새 학기에 사용할 참고서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저희도 딱히 지금은 소개해드릴 만한 게….” 수화기 너머 담당자도 한숨을 쉬었다. 준비 중인 신간 중에 좀 괜찮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에 대한 답이었다. 사실 책은 부족하지 않다. 글쓰기 열풍 덕에 모두가 저자인 시대, 독자는 자꾸만 없어진다는 데 저자만큼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글쓰기 민주화 시대’다. 이 시대에 책 자체의 절대량이 부족할 리 없다.

다만, 여기서 부족하다는 건 어떤 단단한 연구, 기획이 뒷받침된 책을 말한다. 한동안 널리 퍼졌던, 약간의 교양과 읽는 재미를 섞어 내놨던 ‘XXX의 문화사’를 넘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지고 파고들되 대중적 필치도 가미된 책을 말한다.

책 자체가 줄었다는 건 수치로 고스란히 확인된다. 1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가장 대중적인 장르라 할 수 있는 소설의 경우 2014년 1, 2월에 633권, 591권 쏟아져 나왔던 것이 지난 2월에는 417권으로 줄었다. 300권 남짓 나오던 시ㆍ에세이도 지난달 157권으로 떨어졌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 정도까지 줄어든 건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주요 분야별 최근 3년간 1ㆍ2월 도서 출간 종수

교보문고 자료

흔히 말하는 인문ㆍ교양쪽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역사ㆍ문화 분야 매달 110~120권 나오던 것이 지난 1월 93권으로 쪼그라들더니 지난 달엔 62권으로까지 줄었다. 인문 영역도 500권 안팎이던 것이 올해 1월에 451권, 2월엔 252권으로 주저 앉았다. 정치ㆍ사회도 올해 1ㆍ2월엔 264권에서 189권까지 내려갔다. 실용서가 많은 경제ㆍ경영 분야도 301권, 211권으로 줄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 1ㆍ2월은 도서정가제 시행 직후라 출판사들이 정가제 이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책 발간을 의도적으로 줄였던 때”라면서 “그런 특수한 상황이 있었음에도 지난해 1ㆍ2월에 비해 올해 발간 종수가 줄었다는 것은 지금 출판계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책 출간 종수가 줄어드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지난해 주요 출판사들의 구조조정이 꼽힌다. 인원을 강제로 감축하지는 않았으나 결원이 생기더라도 채워 넣지 않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다이어트를 감행해 대형 출판사들의 경우 20~30% 정도 인원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심지어 4분의 1 수준으로 줄인 회사도 있다”고 전했다. 몇몇 대형 출판사들의 경우 자회사 매각설이 심심찮게 나돌기도 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출판사 인력을 줄이고 발간 종수를 감축한다는 것은 이제 출판계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한국 출판 이대로 괜찮을까.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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