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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구 미래의 핵심 키워드 ‘통합’

입력
2016.10.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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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세계 195개국의 지도자가 참석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과반수 국가들이 이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가결 처리해, 오는 11월부터는 협약 내용이 본격 발효될 예정이다. 이런 시의적절한 절차는 매우 중요한 성과이다.

파리기후협약이 인상 깊은 것은 지구의 위기에 대해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전례 없이 많은 지지와 빠른 호응을 끌어냈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배출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지구에 재앙이 닥쳐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근시일 내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과감하게 감축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재정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각국은 당장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사용이 편리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자제해야 하며, 클린에너지 보급을 위한 재정지원 출혈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 지구적 ‘통합(Integration)’을 통해 긴 안목을 갖고 공동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통합이 없이는 지구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미래를 위해 통합을 이루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인류가 꿈꾸는 무한하고 깨끗한 핵융합에너지를 얻고자 힘을 모은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사업이다. 냉전의 시대였던 1985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핵융합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공동으로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추진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지구에 인공태양을 만들기 위한 장기간의 개념설계와 공학 설계의 과정을 거쳐 2006년 한국, 미국, EU,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7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ITER 국제공동사업이 시작되었다. 핵융합 연구는 몇몇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었으나, 워낙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공동연구를 통해 상용화까지 시간을 단축하고자 한 결단이었다. 지구 위의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ITER는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도전적 과제 중 하나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과학기술 국제 협력 프로젝트인 것이다.

혹자들은 ITER에 이렇게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 단언컨대, 당연히 그만한 그리고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ITER는 ‘C.A.S.E’ 즉, 깨끗하고(Clean), 풍부하고(Abundant), 안전하고(Safe), 경제적(Economic)인 핵융합에너지 시대로 가는 길(ITER는 라틴어로 길을 뜻한다)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융합에너지는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용량 대체에너지원이다.

그만큼 핵융합 발전은 미래사회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 분명한 그 가치가 무궁무진한 에너지원이다. 물론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는 초대형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만큼 이견조율이나 부품 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고, 이는 사업 기간 연장이라는 변수를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ITER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회원국은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해줄 ITER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ITER 사업은 ‘통합’이라는 가치 아래 책임 있는 세계인의 일원으로 모든 규칙과 안전을 준수하며 사업을 성공시킬 것이다.

인류는 이제 공동 운명체이다. 인류 공동의 희망을 이뤄 줄 ITER의 성공을 위해 뛰어난 핵융합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통합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한국의 과학자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국민이, 나아가 전 인류가 ITER 사업의 성공을 응원해 주길 희망한다.

베르나 비고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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