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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셜록 홈스의 관찰력과 사업가의 자질

입력
2016.11.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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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밀쳐놓았던 ‘셜록 홈스’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누구나가 한번쯤 읽어 보았을 셜록 홈스 시리즈는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는 관찰력으로 증거를 모아 치밀하게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탐정소설이다. 한때 런던에서 홈스를 실존 인물로 생각하고 그의 앞으로 사건을 의뢰하는 편지가 왔을 정도였다고 하니 소설의 명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탐정 홈스는 관찰을 통해 특정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성격은 어떠하고 직업은 무엇인지 추론하는 것에 매우 능하다. 조수 왓슨을 처음 만났을 때, 악수하는 것만으로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는 지질학에 정통하여 바짓가랑이에 묻은 흙을 보고서도 그 사람이 어느 곳을 갔다 왔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특정 문신을 보고 어느 국가를 여행하고 왔는지 알아챈다. 화학 분야 지식이 깊고 해부학에도 조예가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홈스의 뛰어난 관찰력은 곳곳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사업에서도 관찰은 남이 보지 못하는 돈 벌 기회를 찾는 열쇠가 된다. 관찰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결핍을 찾아내면 신제품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홈스가 현장에서 관찰을 통해 답을 찾는 것처럼, 숨어있는 혁신적 아이디어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관찰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고객의 말은 실제 행동과 아주 다르다.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무엇 때문인지 모르거나 그 해법을 알지 못한다. 어떨 때는 오래 사용하고 익숙해져서 아예 불편함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지금 하는 행동을 살피는 것이 물어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관찰은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행위다. 관심을 두고 유심히 바라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규칙과 패턴이 보인다. 서로 떨어져 있던 단편적인 사실들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어떤 의미 있는 것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업이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관찰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그 무엇을 발견하여 충족시켜 주는 것이 사업기회다.

중국 세탁기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LG전자의 ‘소독 세탁기’는 관찰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인은 위생관념이 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들은 소독과 빨래를 병행하는 특이한 형태를 보인다. 중국인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황사, 신종 인플루엔자 등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것이 바로 소독 세탁기였고, 현지에서 크게 성공했다.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애드 워시’ 또한 세탁 중에도 손쉽게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 특징 때문에 판매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그때야 보이는 잔여 세탁물 때문에 난감해하는 주부의 작은 불편을 해결한 제품이다. 이 또한 주부의 세탁습관을 주의 깊게 관찰한 데서 얻은 아이디어였다.

중소기업 ㈜아이엔피가 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 중인 ‘에디슨 젓가락’도 생활 속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잘 관찰해 개발한 히트상품이다. 8살짜리 조카가 젓가락질 배우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에서 제품개발에 착수했다.

보는 것과 관찰은 다르다. 피상적으로 보고 지나쳤다면 유망한 사업기회도 놓쳐버렸을 것이다. 관찰은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대상도 현상도 관심을 두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 셜록 홈스 또한 의뢰인의 간절한 마음을 보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분석했으리라.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셜록 홈스가 사업가가 되었다면 아마도 크게 성공하지 않았을까.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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