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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롤스로이스 팬텀, 누가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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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롤스로이스 팬텀, 누가 사나?

입력
2017.07.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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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도 팬텀 구매 늘어, 롤스로이스의 연령층 넓어져

한국은 전세계에서 럭셔리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

신형 팬텀이 조용히 공개된 도쿄에서 아시아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는 김다윗 매니저를 만났다. 사진=조두현 기자
신형 팬텀이 조용히 공개된 도쿄에서 아시아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는 김다윗 매니저를 만났다. 사진=조두현 기자

롤스로이스가 지난 27일 저녁 9시(현지 시각) 영국 런던 본햄스 경매장에서 8세대 팬텀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 공식 출시했다.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 사장은 이날 신형 팬텀을 선보이면서 “팬텀은 1925년 처음 선보인 이래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선택한 차며, 롤스로이스의 다음 장을 여는 동시에 럭셔리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텀은 롤스로이스의 라인업 중 최고 모델로 롤스로이스 뿐만 아니라 럭셔리 카 세그먼트에서도 정점에 있는 초호화 세단이다. 고스트 라인업과 달리 운전사를 두는 뒷자리에 앉는 ‘쇼퍼(chauffeur)드리븐’ 차다. 팬텀이 나오기 전 ‘실버 고스트’가 있었다. 1906년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도 모든 부품이 조용하게 움직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롤스로이스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뜨겁다. 지난 상반기에만 평균 4억4,0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7.5대가 팔려나갔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시장에서 총 45대의 롤스로이스가 판매돼 이미 지난해 1년 동안 총 판매의 85%에 육박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롤스로이스는 2015년과 2016년 한국시장에서 각각 63대, 53대가 팔렸다.

팬텀이 런던에서 공개되기 앞서 27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일본 도쿄 롯폰기에 있는 미드타운 컨벤션 홀에서는 팬텀의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한 VIP 행사가 은밀하게 열렸다. 여기에 한국 언론사로는 한국일보 모클팀이 유일하게 참여해 관계자들과 함께 차를 둘러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곳에서 한국인 김다윗 매니저를 만났다. 그는 BMW 그룹 코리아에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롤스로이스 아시아 퍼시픽 오피스로 발령받아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중앙아시아 지역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비싼 차를 어떤 사람들이 구매하는지 궁금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쿄 롯폰기에서 VIP들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공개된 신형 팬텀
도쿄 롯폰기에서 VIP들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공개된 신형 팬텀

조두현(이하 조):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 차는 얼마입니까?

김다윗(이하 김): 나라마다 다릅니다. 각 나라별로 공식 출시 이후 그 지역 딜러들과 협의해서 가격을 정합니다. 아직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어요.

조: 우리나라에서 기존 팬텀은 약 6억~8억원 대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난해 EWB 모델을 포함해 총 넉 대의 팬텀이 팔렸습니다. 2015년에도 다섯 대의 팬텀이 팔렸어요. 올해는 신형 출시 때문인지 한 대도 안 팔렸고요. 우리나라에선 어떤 사람들이 이 차를 사나요?

김: 대기업 회장님들도 개인적으로 타기 위해 구매하기도 합니다. 요즘엔 건실한 중소기업 오너나 자영업자들도 많이 찾고요.

조: 지난해 팬텀 판매 비율을 보면 전체에서 8%밖에 안 됩니다. 고스트와 레이스 등의 소비자층과 차이가 있나요?

김: 팬텀 고객과 고스트 고객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한 가지 있다면 나이 정도입니다. 한국에선 아직도 롤스로이스 배지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팬텀 고객은 아무리 재력이 막강해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차인 거 같아요. 반면 고스트나 레이스는 한 단계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요. 롤스로이스 고객 대부분은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가 있으면서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사는 분들입니다. 외국도 비슷해요. 일본에서 롤스로이스가 잘 팔리는 이유는 일본인은 럭셔리 브랜드에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즐길 줄 압니다. 일본엔 롤스로이스가 약 50년 전부터 소개돼서 낯설지 않습니다. 럭셔리 카 콜렉터도 있을 정도로 자동차 문화 자체가 앞서 있습니다.

조: 신형 팬텀의 어떤 점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으리라 봅니까?

김: 일단 디자인입니다. 전 세대는 14년 동안 크게 바뀐 게 없었고 생김새도 묵직한 게 좀 부담스럽긴 했습니다. 그런데 신형은 디자인 면에서나 기술적으로나 많이 젊어졌어요. 품을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졌습니다.

조: 팬텀의 핵심 타깃이 있습니까?

김: 롤스로이스의 주요 고객은 언제나 기존 고객입니다. 저희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강해서 신차가 나오면 차를 바꾸거나 추가로 구입하는 분들이 많죠. 지금은 예전처럼 특화된 고객층이 따로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많아요. 이번 행사에도 대체로 구매 의사가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초청했는데 연령과 직업군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롤스로이스의 타깃 연령층은 낮아진 게 아니라 넓어진 겁니다.

조: 롤스로이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어떻게 보나요?

김: 매우 중요하죠. 제가 한국에 있다가 싱가포르로 발령이 날 정도로요(웃음). 롤스로이스는 잠재력에 따라 국가별 시장을 나누는데, 한국은 그중에서도 잠재력이 상당히 큰 편으로 분류돼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BMW 드라이빙 센터에 브랜드 스튜디오를 만든 것도, 그때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사장이 파리 모터쇼 대신 한국을 찾은 것도 바로 그 이유지요.

조: 한국의 럭셔리 카 시장이 왜 성장한다고 생각하나요?

김: 전반적인 경제 사정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빨리 성장했고 빨리 안정 궤도에 진입했어요. 그래서 럭셔리 제품 소비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낮아진 것 같습니다. 남들과 다른 소비를 하고 싶은 욕구도 커졌고요. 롤스로이스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군에서도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BMW 역시 한국에서 이렇게 성장하리라곤 생각 못 했거든요. 특히 우리나라는 기형적인 자동차 시장을 보이는 나라입니다. 하나의 국산 브랜드가 시장을 60~70%까지 차지하는 자동차 시장은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그건 아직 수입차 시장이 클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수입차 브랜드 입장에선 앞으로 기회만 남은 거죠.

조: 팬텀 제품군에선 더 이상 투 도어 모델을 안 만들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김: 수요가 적기 때문입니다. 투 도어 모델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레이스와 던으로 집중시킬 겁니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입니다.

조: 신형 팬텀은 우리나라에서 언제 볼 수 있나요?

김: 올해 10월 즈음에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는 중입니다. 지난번에 서울과 부산 에디션 출시했을 때도 많은 분이 물어보고 갔습니다. 오늘 행사 때도 한국에서 총 네 팀이 초청됐습니다.

조: 신형 팬텀을 만들기 위해 영국 굿우드에서 설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김: 예전엔 팬텀의 생산 라인을 별도로 두었는데, 이번 팬텀을 만들면서 생산 라인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그 기간만 5~6년 정도 걸렸어요. 롤스로이스처럼 소량으로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엔 유연성이 생겨서 생산 효율성이 높아졌죠. 예를 들어 수요가 없을 때는 한 라인을 비워야 하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고객의 대기 기간도 한 달 정도 줄었습니다.

조: 신형 팬텀을 주문해서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김: 모든 차를 비스포크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천차만별입니다. 한국의 경우 ‘오더 투 딜리버리’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넉 달입니다. 길게는 일 년이 넘을 수도 있어요.

조: 롤스로이스는 나무를 반으로 나누어 양쪽으로 똑같이 나눈 뒤 실내에 붙이는 ‘북 매칭(Book matching)’ 기법으로 유명합니다. 탑승자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데요, 이번 팬텀에도 적용됐나요?

김: 당연합니다. ‘북 매칭’은 롤스로이스의 헤리티지와도 같습니다. 그건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겁니다.

조: SUV 모델인 컬리넌의 소식도 궁금합니다.

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요, 내년 말 정도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팬텀뿐만 아니라 기존의 롤스로이스와는 전혀 다른 차라 저희도 기대가 큽니다. 롤스로이스 고객 대부분이 차를 한 대만 갖고 있진 않기 때문이지요.

조: 이번 팬텀의 앞모습에서 지난해 공개한 콘셉트카 103EX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김: 맞습니다. 그릴이 최초로 차체에 합쳐지는 등 많이 닮았어요. 콘셉트카는 앞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차입니다. 이번 팬텀이 그 실물의 시초입니다. 많은 분이 V12 엔진을 언제까지 고집할 거냐고도 묻습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의 전환은 생각이 없는지도 묻고요. 가장 롤스로이스다운 파워트레인을 생각한다면 정숙성이 뛰어난 전기가 답이 될 수 있겠지요. 그 부분은 내부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아직 공개하긴 이릅니다. 자율주행 역시 마찬가지예요. 시스템과 제도가 완벽히 준비됐을 때 저희도 뛰어들 겁니다.

도쿄=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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