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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 후 재도전하며 더 큰 꿈을 꾸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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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 후 재도전하며 더 큰 꿈을 꾸게 됐죠”

입력
2018.07.1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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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제1회 실패왕 에디슨상’

대림그린테크 곽영재 대표 최우수상

잘나가던 자원리사이클링 사업

국제가격 하락에 부도ㆍ파산

재기 위해 펜션 청소 등 궂은 일

창업진흥원 재도전 패키지 뽑혀

다시 리사이클링 사업을 준비

대림그린테크 곽영재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 용당캠퍼스 내 부산창업지원센터에서 남편 김건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림그린테크 곽영재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 용당캠퍼스 내 부산창업지원센터에서 남편 김건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실패에 연연해하지 마세요.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니까요.”

대림그린테크 곽영재(37ㆍ여) 대표는 한때 실패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실패란 “성공으로 가기 위한 단순한 테스트”에 불과했다.

“첫 번째 기회의 문 앞에 섰을 때 보다 실패 후 두 번째에 섰을 때 나 자신이 좀 더 성장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고, 처음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곽 대표는 이런 경험을 살려 부산시가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재도전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한 공모전 ‘제1회 실패왕 에디슨상’에 수기를 공모 당당히 최우수상을 받았다. 부산시는 수기분야와 UCC 등 2개 분야에서 총 97건의 공모를 받아 부산시장상인 최우수상에 리사이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곽 대표를 선정했다.

12일 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옛 고려제강)에서 창업에 실패한 이들의 ‘패자부활’을 위한 재창업 축제 ‘제1회 부산 리스트타트업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곽 대표는 “무역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2009년부터 일본에서 살게 됐는데 남편 하는 일이 버려진 폐기물에서 자원화 할 수 있는 금속 등을 빼내 필요로 하는 나라에 수출하는 환경 리사이클링 일을 했다”며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리사이클링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고,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곽 대표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을 겪으면서다. 그는 “당시 폐허가 된 도시에 리사이클링 사업으로 폐기물들이 정리가 되고, 도시가 재생이 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면서 “이때부터 리사이클링 사업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한국에 가서 회사를 차려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3년 10월 부산 강서구에서 25평의 작은 사무실로 사업을 시작한 곽 대표는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내며 1년도 채 되지 않은 2014년 5월 10억원 상당의 공장을 매입하게 된다.

곽 대표는 버려진 전자제품 및 산업용 기계에서 알루미늄, 구리, 은, 금, 니켈 등 고가의 금속들을 추출해 국내외로 수출하는 도시광산자원사업을 시작했다. 연 매출액은 12억원 정도가 됐으며, 직원도 12명이나 고용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14년 말부터 세계 자원시장의 시세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 곽 대표는 “2년만인 2016년 후반에는 1㎏당 1,750원 하던 알루미늄은 800원대로 떨어졌으며, 구리는 7,800원에서 4,000원까지 내려갔다”면서 “자연스레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버티지 못한 곽 대표는 어쩔 수 없이 2016년 말 폐업을 하게 됐단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로부터 적잖은 상처도 받았다. 결국 인적이 뜸한 경남 남해로 이사를 했다.

재기하기까지 약 1년간 남해에서 생활한 곽 대표는 “3, 4살인 두 딸과 남편, 이렇게 네 식구가 서로를 의지한 채 살았다”면서 “생계를 위해 요양원, 수련원, 펜션 청소 등 궂은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기간에도 법원에서 파산 절차는 진행됐으며, 법원이 출석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가야 했다. 이렇게 힘겹고 가슴 절절한 실패담은 곽 대표의 수기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6월 법원의 면책결정과 함께 창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재도전성공패키지’에 선발돼 재기를 준비 중인 곽 대표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꿈에도 몰랐는데 나라에서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부쩍 성장한 나를 발견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 곽 대표는 남들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을 바탕으로 전 종합적인 리사이클링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금속, 섬유, 유리, 종이 등 자원화 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사업체를 만들 것”이라며 “환경을 위한 사업이다 보니 회사의 이익보다는 지역사회가 인정하고 신뢰받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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