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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도 전에 춤 연습부터 합니다” 새내기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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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도 전에 춤 연습부터 합니다” 새내기의 하소연

입력
2017.02.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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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환영회서 장기자랑 강요

“첫 만남부터 선배가 甲질” 불만

서울대 입학예정인 A(19)씨는 1월 초부터 시내 댄스연습실을 빌려 춤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또래들이 전공과목 예습 등에 시간을 투자하는 걸 보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A씨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선배들 지시로 2월 초 새내기배움터(새터)에 올릴 댄스 공연 2개를 준비해야 하거든요.”

대학교 신입생환영회가 열리는 2월, 장기자랑 같은 이벤트 준비나 환영을 빙자한 게임 강요 등에 시달리는 신입생들이 인터넷공간에서 아우성이다. “장기자랑 정말 하기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대체 장기자랑 왜 하나요” 등 불편한 마음을 털어놓는가 하면, “첫만남부터 선배들의 갑(甲)질이 이뤄지고 있다”는 하소연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소재 한 대학에 입학예정인 B씨는 최근 신입생환영회에서 한 ‘빼빼로 게임’에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남녀 신입생들이 서로 마주본 채 빼빼로 하나를 동시에 입에 물고 먹도록 선배들이 지시했는데, B씨 뿐 아니라 게임에 참여했던 신입생들은 “운영진(선배)들이 신입생들을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냐”며 “입학 전부터 정말 실망이 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당시 선배들은 “거부권을 주는 등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려고 애썼다”고 해명했지만, “남학생이 여학생을 골라 빼빼로를 먹이는 게임이 건전하다고 볼 수 있냐”거나 “애초에 논란이 있을 프로그램을 굳이 넣은 이유가 뭐냐”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환영회 자리가 엉망이 됐다.

신입생들은 신입생환영회 관행들이 위계적인 조직문화라고 반발한다. 단순한 게임이나 장기자랑이기는 하지만, 학번을 이용해 신입생들에게 강요를 한다는 것이다. 한 신입생은 “다른 학생의 다리 사이에 붙은 포스트잇을 입으로 떼라고 하는 등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례도 있다”며 “신입생들이 곤란해하거나, 난처해 하는 모습을 은근히 즐기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선배들은 과민 반응이라는 입장이다. 한 재학생은 “신입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준비한 선배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논란이 되는 커플게임이나 여장 강요를 없애는 등 선배들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후배들이 빠르게 친해 질 수 있는 자리는 결국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며 “대학생활과 진로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만남 등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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