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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하 기자

등록 : 2017.06.21 15:31
수정 : 2017.06.21 18:19

첼로, 첼리스트, 그리고 관객... 뭐가 더 필요하죠

첫 내한 독주회 마친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

등록 : 2017.06.21 15:31
수정 : 2017.06.21 18:19

독일의 첼로 명장 알반 게르하르트는 확고한 음악관을 지녔다. 악보를 모조리 외워 무대에 오르고, 클래식 음악의 장벽을 낮추기 위한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오직 첼로 한 대 만으로 홀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15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연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48)에게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었다.

연주회 2시간을 그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졸탄 코다이의 첼로 독주를 위한 소나타로 꾸렸다. 묵직한 첼로 소리와 고난도의 연주 테크닉에 청중들은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악보도 없이 무대에 첼로 한 대만 들고 올라갔던 게르하르트를 19일 다시 만났다. 그는 “암보로 연주하려면 그 곡을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관객과의 소통도 더 원활해진다”고 말했다.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협주곡 70여곡을 연주하는 그는 레퍼토리도 방대하다. 그 이유는 소탈했다. “첼로 레퍼토리가 피아노나 다른 악기보다 적기 때문에 다 할 수밖에 없어요.” 모든 시대의 첼로 곡을 익힐 수밖에 없다면서도 게르하르트는 시대별 특징을 살려 연주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바로크와 낭만주의에서는 비브라토, 활 사용법이 다 달라요. 20년 동안 연주를 했더니 지금은 더 자연스럽게 그 특징을 살릴 수 있게 됐어요.”

피아노 반주 없이 첼로만으로

두 시간 동안 빈틈없는 연주

악보 없이 무대 서는 걸로 유명

“그 곡을 더 많이 알아야 하고

관객과 소통 더 원활해져”

獨 철도 역사 돌며 무료공연

클래식 장벽 낮추기 앞장

게르하르트는 원래 피아노를 배웠다. 심지어 10대 때는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그트보다 높은 순위에 입상할 정도로 잘 쳤다. 하지만 첼로가 더 감정이 풍부한(soulful) 악기라고 느꼈다고 한다. 첼로로 전향한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고 싶어서였다. 어린 시절 게르하르트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이었던 아버지를 보며 항상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기를 꿈꿨다. 요즘도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때면, 협주곡이 끝난 후에도 단원들 사이에 끼어 연주하고 싶다고 요청한다. “수석 첼리스트가 괜찮다고 하면 즉석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연주한 적이 몇 번 있어요.” 22일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연주를 앞두고 그는 “슈텐츠와도 그렇게 연주한 적이 있으니 한 번 말해 봐야겠다”며 웃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비롯한 세계 250여개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온 게르하르트는 클래식 전문사이트 바흐트랙이 발표한 ‘2016년 가장 바쁘게 활동한 첼리스트’ 10인에 이름이 올랐고, 클래식계 최고 권위 상 중 하나인 ‘에코 클래식 어워드’를 3번이나 수상했다.

게르하르트는 음악이 관객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클래식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독일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치반과 함께 2012년 주요 역사를 돌며 무료 공연을 펼쳤다. “녹음된 음악보다 실제로 듣는 음악이 더 좋다는 점과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바흐를 듣기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편견도 깨뜨려 준 프로젝트였습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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