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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노동자 4명 중 1명 최저임금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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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노동자 4명 중 1명 최저임금도 못 받아

입력
2016.04.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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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확대 추진하는 파견직

최저임금 미달 32% 가장 열악

올해 2월부터 경기 반월ㆍ시화공단 내 전자부품제조업체에서 파견직으로 근무 중인 김모(38)씨는 지난주 68시간을 일했다. 평일에는 아침 9시에 출근, 저녁 8시 넘어 퇴근하기 일쑤였고 주말에도 16시간을 특근했다. 그런데도 매달 손에 쥐는 월급은 180만원 남짓. 노동 시간으로 나눠 따져봤더니 시급이 올해 최저임금(6,030원)보다 고작 588원 많은 6,618원에 불과했다. 계산에 넣지 않은 주휴수당(1주 간 소정 근무일수를 채운 노동자에게 휴일과 함께 추가로 주는 하루치 임금)과 연장근로 가산수당(임금의 0.5배)을 감안하면 김씨의 시간당 임금은 4,603원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다음달에나 사장이 근로계약서를 쓰자고 할 눈치여서 김씨는 쉴 수가 없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경기 반월ㆍ시화공단 등 종업원 수 100인 미만 영세업체들이 밀집한 주요 산업단지의 노동자 4명 중 1명이 김씨처럼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정부가 확대를 꾀하고 있는 파견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미달율은 32.2%에 달했다.

28일 민주노총이 발표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7개 주요 공단 노동자의 24.5%가 올해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 조사는 지난달과 이달 서울ㆍ경기ㆍ대구ㆍ경남ㆍ부산ㆍ광주 소재 공단 7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1,29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에 응한 노동자들의 평균나이는 40살이었고 주당 평균 48.9시간을 일하면서 월 206만9,000원(시급 8,153원)을 받고 있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성별과 국적, 직종, 고용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여성(30.7%)이 남성(18.8%)보다, 이주 노동자(38.8%)가 내국인(21.1%)보다, 단순직(35.7%)이 기계조작직(32.0%)ㆍ숙련직(13.1%)보다, 비정규직(29.9%)이 정규직(20.7%)보다 해당하는 비율이 컸다.

특히 파견 노동자의 조건이 가장 열악했다. 주당 노동 시간(49.6시간)은 가장 길지만 월급(171만7,000원ㆍ시급 6,542원)은 가장 적었다. 3명 중 1명은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이는 파견직 임금이 기간제 등 다른 비정규직보다 높다며 파견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드러내는 근거”라고 말했다.

장시간 일할수록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절반 넘게(57.8%)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조사에 참여한 박준도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기획실장은 “연장근로 할증으로 임금이 더 많아야 할 장시간 노동자의 임금이 되레 감소하는 현상은 연장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거나 무급노동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나 수당 삭감 등 노동 조건 악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3.7%에 달했다. 그 중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바뀌었다고 대답한 노동자가 전체 응답자의 11.2%로 가장 많았다. 한 반도체업체에서는 물량이 줄어 휴업이 불가피할 때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휴업 수당(평균임금의 70%)을 사장이 주기 싫어 직원들한테 무급 휴직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 박준도 실장은 “올해 1월 정부가 지침 시행을 통해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면서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비율은 2.3%에 그쳤다”며 “취업규칙 변경이 명절 등 법정 공휴일에 연차 휴가를 쓰게 하거나 시간외수당을 월급에 넣는 포괄임금제로 바꾸는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오민규 실장은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더 체계적으로 노무관리가 이뤄지면서 취업규칙 개악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노동개악’이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노동자들을 공격해 하향평준화 하려는 의도임이 뚜렷이 드러난 것”이라며 “휴일 연장근로수당을 삭감하는 근로기준법 개악이 이뤄지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악화할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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