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전이 무슬림에 대한 편견 깨는 계기 되길”
성조기가 그려진 펜싱 마스크를 벗자 검은색 히잡(이슬람 전통 복장으로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을 쓴 흑인 여성의 얼굴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미국 국가대표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히잡을 쓰고 참가한 이브티하즈 무하마드(31)였다.
무하마드는 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여자 펜싱 사브르 개인 16강전에서 세실리아 베르더(프랑스)에 12대15로 패했다. 하지만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는 모두 그의 몫이었다.
무하마드는 1985년 미국 뉴저지의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배구, 소프트볼,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히잡을 쓴 그를 낯설어했다. 그는 “내 몸을 완전히 가려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게 하는 운동을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종교에 대한 편견의 시선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은 펜싱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머리 끝까지 가릴 수 있고, 마스크 아래로 히잡을 두를 수 있었다. 13세 때부터 펜싱을 시작한 무하마드는 뉴욕의 웨스트브룩 재단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웨스트브룩 재단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펜싱 동메달을 딴 피터 웨스트브룩이 설립했다. 그는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 첫 올림픽 펜싱 메달리스트였다.
2010년 미국 펜싱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무하마드는 2014년 펜싱 세계선수권 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현재 세계랭킹 8위다. 그는 최근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에게 펜싱을 가르치기도 했다.
실력은 좋았지만 히잡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갖은 차별을 겪어야 했다. 무하마드의 코치인 아키 스펜서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경기를 하려고 공항에 갈 때마다 무하마드는 항상 검색 대상이었다”며 “무슬림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상대 선수도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무하마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유명 음악 페스티벌 SXSW측에서 “등록증을 발급받으려면 히잡을 벗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웨스트브룩 재단 관계자는 “그런 차별의 경험들이 그를 펜싱에 더 집중하게 했고, 그를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슬림의 정체성을 감추기 위해 시작했던 펜싱이 오히려 종교와 성별 등으로 차별 당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무하마드의 팬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슬림 미국인들은 우리의 친구이며, 이웃이고, 동료이자 스포츠 영웅”이라며 “무하마드는 미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16강전 직후 무하마드는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 여성은 자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스포츠도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도전이 이슬람 사회 안팎의 편견을 모두 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편견으로 소외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무하마드를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중 하나로 꼽았다.
무하마드 외에 이번 올림픽에서는 히잡을 쓴 선수들이 꽤 많이 볼 수 있다. 주로 비키니를 입는 비치발리볼에서는 이집트 선수들이 히잡을 쓴 채 긴 소매 옷을 입고 경기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최초로 육상 800m에 출전한 사라 아타르는 이번 대회 마라톤에 출전한다. 무하마드는 13일 여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메달을 노린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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