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총장 1순위 후보 제치고
2순위인 박진성 교수 임명
1순위 결격 땐 재선출 요구 관행 깨
"정권 입맛 따라 임용 의도" 비판
공주대·경북대 등은 1년 이상 공석
국립대 총장 임명이 정부의 입맛대로 이뤄지고 있어 대학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이번에는 총장 1순위 후보자를 제치고 2순위 후보자를 임용하면서 대학 자율성 훼손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제8대 순천대학교 총장으로 2순위 후보자였던 박진성 사회체육학과 교수를 21일 임명했다. 국립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2순위 후보가 1순위 후보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천대는 앞서 지난 6월 총장 후보에 정순관 행정학과 교수를 1순위로, 박 교수를 2순위로 각각 선정해 지난달 정부에 추천했다.
순천대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크게 술렁거리는 모습이다. 1순위였던 정 교수는 행정소송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평의회 소속 한 교수는 “다양한 구성원에 의해 선출한 1순위 후보자를 임명제청에서 배제하면서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정권 마음대로 2순위를 뽑은 것은 문제”라며 “교수들이 정부 방침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내 일각에서는 정 교수가 과거 야당의 대선 외곽조직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현 정부가 문제 삼았을 것으로 해석하면서, 정부 방침을 인정하자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순천대가 반발하는 이유는 그간 1순위 후보가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 후보 재 선출을 요구해온 교육부가 이번에는 그런 관례를 깨고 2순위를 임용한 첫 사례가 됐다는 점에서다. 학교 구성원들의 뜻은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걸러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 국립대 교수는 “지난 8월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투신 이후 국립대 사이에서 총장 직선제로의 복귀 움직임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교육부가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2순위자 임명제청”이라며 “결국 구성원들의 의사는 무시하고 국립대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정치적 행태에 국립대학 구성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국립대 총장 후보들이 줄줄이 퇴짜를 맞으면서 총장 장기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법적 분쟁 등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교육부의 총장 후보 임명제청 거부로 전주교육대의 경우 총장 임명이 8개월째 이뤄지지 않아 학교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주대의 경우는 무려 18개월째, 경북대는 13개월째, 한국방송통신대는 12개월째 총장 공석 상태로 교육부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의 1순위 후보자들에게 지금까지 아무런 이유를 알리지 않은 채 후보자 재 선발만을 요구하고 있다.
순천=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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