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한번 준 마음을 꺾지 않아요. 그게 고양이의 비극이지요.”
서울 잠실본동 유기묘 카페 ‘커피타는 고양이’를 운영하는 윤소해(33)씨는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며 버려지거나 학대 당하는 고양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커피타는 고양이는 2013년 7월 윤씨가 손님으로 찾았던 고양이 카페를 인수한 후 카페에 살던 병든 고양이들과 윤씨가 구조한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공간(▶관련기사보기 유기묘가 행복한 '유·행 카페'를 아시나요?). 이곳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폐업 위기에 놓였지만 최근 3,200여명의 네티즌들이 한 포털 사이트의 펀딩 프로그램을 통해 후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곳에는 현재 각자의 사연을 지닌 40마리의 고양이들이 살아가고 있다.
유기묘를 위한 카페지만 무작정 고양이들을 들일 수는 없는 노릇. 때문에 윤씨는 ‘본인이 구조하지 않을 경우 죽겠구나’싶을 때만 구조한다. 자금 문제도 있지만 고양이 구조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전염병이다.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질병의 경우 잠복기가 지난 다음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검사를 한 다음 카페에 데리고 와도 전염병을 퍼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강원도 횡성 휴게소에 버려진 고양이 2마리를 구조해서 카페에 들였지만 전염병이 있는 상태로 밝혀져 2주간 카페 문을 닫아야 했다.
윤씨는 “고양이의 경우 버려도 잘 살거라 생각해서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과 살다 버림받은 고양이의 경우 90%이상이 죽는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길고양이와의 영역다툼에서도 밀리고, 사람에게 친숙해서 오히려 해코지를 당하기도 한다는 것.
애정 표현이 서툴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마음을 꺾지 않는 게 고양이라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그는 “고양이는 사람으로 치면 인간관계가 좁고 깊은 유형이 아닐까 한다”며 “주인에게 학대 받고 버려져도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바로 고양이”라고 했다. 때문에 오히려 고양이를 구조하고 다시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카페 고양이들도 자기를 예뻐하던 단골 손님이 오지 않으면 문이 열릴 때마다 쳐다보고 기다리고, 그래도 오지 않으면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윤씨는 “애정의 깊이만큼 책임이 있다. 자신을 따르게 했으면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윤씨의 바람은 역설적으로 카페 문을 닫는 것이다. 더 이상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없어서 카페를 운영할 필요가 없어졌으면 한다는 얘기다. 그는 “최대한 많은 고양이들이 평생 가족을 찾고 그 자리에 갈 곳 없는 또 다른 고양이가 들어와 편히 쉬다 갔으면 한다”며 “그때까지는 열심히 카페를 지키고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최현진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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