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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ㆍ놀람ㆍ근육 긴장… 국민 정신건강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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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ㆍ놀람ㆍ근육 긴장… 국민 정신건강도 ‘흔들’

입력
2016.09.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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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중 지진이 가장 타격 커

불안증상 호소 시민들 급증

“트라우마 한 달 이상 땐 중증”

국가적 심리 치료 체계 필요

경주 연쇄 지진 여파로 어지럼증, 불면증 등 이른바 지진 트라우마로 불리는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이들의 정신건강을 회복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재난 안전지대가 아니란 사실이 확인된 만큼 재난 시 신속하게 심리적 회복을 도울 국가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지역에서 속출하는 신체ㆍ정신적 증상은 스트레스 경험에 따른 전형적 반응이다. 경북재난심리회복센터와 함께 피해자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는 “어지럼증, 소화기능 장애, 불면증, 깜짝깜짝 놀람, 근육 긴장이 피해 현장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이라며 “특히 고령층에서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센터에 따르면 본진 진앙인 경주시 내남면의 경우 65세 이상 주민의 30% 가량이 불안 증상을 보이고 있다.

21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주택가에 최근 잇단 지진으로 떨어지거나 깨진 기와들이 방치된 채 쌓여 있다. 경주=뉴시스
21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주택가에 최근 잇단 지진으로 떨어지거나 깨진 기와들이 방치된 채 쌓여 있다. 경주=뉴시스

재난은 인간에게 닥치는 가장 강력한 위험 상황인 만큼 심리적 여파도 그만큼 크다. 이명수 용인정신병원 진료부원장 연구팀이 국내 재난 경험자의 피해 영역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건강을 꼽은 응답자(복수응답 허용) 비율이 45.9%로, 여가활동(41.8%) 직업(34.7%) 자산(32.9%) 등을 뛰어넘었다. 재난 경험자 중 절반 가량은 크고 작은 정신적 장애를 겪는다는 의미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지진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생활 터전을 송두리째 흔들고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난 중에서도 가장 불쾌하고 불안하며, 그만큼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진 피해자들의 증상이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적절한 불안 해소 조치가 따르지 않을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중증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영훈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 증상은 대개 일시적이지만,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질환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화를 많이 하거나, 깊은 호흡을 하거나, 눈앞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눈동자로 좇는 행동 등도 불안감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시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한다고 느끼는 것이 불안의 근본 해결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정부가 재난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적극 홍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영훈 교수는 “정부가 위험 상황에서 대피할 수 있는 방안을 인지시키고 실제 재난 발생 시 상황 정보를 제대로 공유해야 집단적 불안감이 유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수 부원장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정신건강증진센터, 재난심리지원센터 등 지역별 정신건강 서비스 기관들을 연계해 재난 피해자 심리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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