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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확고한 인사청문회 원칙인 반부패ㆍ반특권

입력
2017.06.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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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거의 한 달이 되었다. 대통령 지지율의 고공행진은 새 정부에 대한 국민 기대와 희망을 보여준다. 그 동안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솔직한 소통 행보와 일자리 문제를 포함해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부분을 잘 지적하고 개선 의지를 피력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첫 번째 암초인 인사청문회 정국을 돌파해야 하는 난제에 부딪쳤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새 정부의 협치와 개혁의 성공은 임기 초반의 인사청문회 정국에 달렸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총리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녹록치 않았고, 김이수 헌법재판소 소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자유한국당의 강공과 대통령의 인사원칙 파기 논쟁이 맞물려 험난한 정쟁을 예고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에서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국회가 인사청문회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때,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력남용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입장에서는 인사청문회제도가 불편할 수 있지만 정권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래서 인사청문회가 정파적인 대통령ㆍ여당 대 야당의 구도가 아닌, 대통령 대 의회(여ㆍ야당)의 구도가 되어야 대통령제와 대의민주주의가 살아난다.

국회가 인사청문회제도 개선안 마련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다행히 얼마 전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의 정례회동에서 이뤄진 합의에 따라 국회운영위원회 산하에 별도의 기구가 출범할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특정 년도를 기준점으로 제시하며 개선안을 주도하는 것은 특정 공직 후보자를 구제하기 위한 여론몰이라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청와대는 국회가 마련한 검증기준에 따라 추천만 할 뿐이지 통과 여부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몫이다.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가 정책검증의 장이 되어야 하기에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분리하자고 주장한다. 물론 우리의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에 대한 불필요한 인신공격과 신상 털기로 흘러 지켜보는 국민들이 민망할 정도이다. 고위공직자 모두가 성인군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흠결이 없는 후보가 국민의 공복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참모들의 권력남용과 비리 연루에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적폐청산의 맥락에서 국민들에게 강력하게 약속했던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의 5대 비리인사 공직 배제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원칙과 현실이 다를 수 있다는 이런저런 핑계로 공약을 파기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편리하지만 임기 내내 문재인 정부를 괴롭히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무총리 인준 과정에서 “협치는 깨졌다”는 촛불민심과 대선민심을 거스르는 망언을 내뱉었다. 그들은 작년 총선과 이번 대선의 패배로 보수를 몰락의 길로 이끈 책임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협치를 무기로 여당을 위협하는 것은 국민이 만들어준 다당제 구도를 거부하고 양당제의 발목잡기 구태에 기대는 심판 받을 행태이다. 국민들은 때로는 대승적으로 대통령에게 협조하는 통 큰 제1야당을 기대한다.

인사청문회의 세부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청와대의 호소처럼 사안마다 경중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낡은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특권과 기득권을 관행으로 누렸던 인사를 중용하는 것은 문 정부의 브랜드인 ‘반(反)부패ㆍ반(反)특권 공정사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위장전입과 증여세 탈루는 현행법 위반이다. 생업에 바쁜 집 없는 서민은 감히 꿈도 못 꾸는 일이다. 기득권세력이 주도하는 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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