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지후 기자

등록 : 2017.08.24 04:40
수정 : 2017.08.24 10:12

“눈앞에서 정규직 전환 반대서명” 한 교무실 둘로 쪼개진 교사들

내달 가이드라인 발표 앞두고

등록 : 2017.08.24 04:40
수정 : 2017.08.24 10:12

기간제 교사-정규 교사 갈등

“그간 없던 편가르기” 긴장 팽팽

임용고시생 사활 건 청원운동

심의위에 팩스ㆍ항의전화 빗발

전교조는 내부 갈등에 입장 못 내

2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란에 게재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찬성(위) 및 반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동료 교사가 눈 앞에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반대 서명을 하는데 반발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나요.”(서울의 한 중학교 기간제 교사 A씨)

“상경 투쟁이든 팩스 항의든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만은 막아야지요.”(충남의 한 중등 임용고시생 B씨)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ㆍ스포츠전문강사 등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교육계가 둘로 쪼개져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ㆍ반 양측이 대규모 서명운동과 조직적 문자와 전화투쟁으로 정치권은 물론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심의위)를 직접 압박하면서 내달 발표를 앞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마련 논의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갈등이 가장 첨예한 집단은 임용고시생과 기간제 교사다. 이들은 심의위가 논의에 착수한 이달 8일부터 상대 측이 주로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설전을 서슴지 않고 있다. ‘내년에 모두 기간제 계약을 하지 않는 형태의 파업을 하자’ ‘상경 집회 버스에 기간제 교사 탑승을 막아라’ 등의 격한 얘기들이 오간다. 국회의원실이나 심의위원, 교육부에 문자나 팩스 등을 대거 보내 경쟁적으로 의견을 내는 집단 항의 움직임도 거세다. 한 국회 관계자는 23일 “여ㆍ야 할 것 없이 많은 의원실이 매일 양측의 ‘문자 폭탄’과 ‘전화 폭탄’ 세례를 받고 있다”며 “정책 피드백이 이 정도로 강력했던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일 확대ㆍ재생산되는 유언비어는 충돌을 더욱 부추긴다. 심의위 논의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면서 ‘1차 심의위 심사에서 위원 11명 중 (정규직화에) 1명만 반대했다’ ‘회의는 총 4차례 열리고 그 안에 모든 것을 결정한다’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회의 차수를 정해놓고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데다 여태껏 심의위원들 사이에서 다수 의견이 모인 적도 없다”며 “유언비어가 지속적으로 돌면서 항의 전화가 빗발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 기간제 교사 관련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합원 제공

갈등은 학교 현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 간에도 반목 분위기가 적잖게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17일 한국교총이 ‘기간제 교사ㆍ강사 정규직 전환 불가 50만 교사 청원 운동’을 시작한 후 논쟁이 표면화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 이모(29)씨는 “내부 메신저로 반대 서명 장려 글이 도는 등 그간 없던 ‘편 가르기’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줄곧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주장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번 문제를 두고선 내부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다수 의견이 분명한데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집행부를 향한 반발 움직임도 포착된다. 전교조 소속 중학교 교사 강모(52)씨는 “조합원들 다수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고 있지만 노조에 기간제 교사들도 소속돼 있어 집행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장 내달까지 가이드라인을 내야 하는 심의위도 고심이 깊어졌다. 일부 위원들에 따르면 이날까지 네 차례 열린 회의는 구체적 안건 심의를 시작하지 못한 채 이해당사자와 위원 간 견해 차만 확인하고 마무리됐다. 김형기 교육부 교육분야고용안정총괄팀장은 “사안이 워낙 중대해 내달까지 결론을 내기엔 빠듯한 게 사실”이라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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