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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거주 최후의 나치 동조자, 독일로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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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거주 최후의 나치 동조자, 독일로 추방

입력
2018.08.21 18:09
수정
2018.08.21 18:5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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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계 95세 야키프 팔리

17년 전 유대인 학살 가담 들통

수용 국가 없어 뒤늦게 추방

2003년 11월 야키프 팔리가 자신의 집 앞에 서서 뉴욕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3년 11월 야키프 팔리가 자신의 집 앞에 서서 뉴욕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에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동조자 중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독일로 전격 추방됐다.

20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관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올해 95세로 뉴욕 퀸즈에 살고 있는 폴란드계 야키프 팔리를 추방했다. 팔리는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범죄에 동조해 복무한 인물로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시민권을 박탈당했지만, 수용 국가가 없어 추방 절차가 집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2005년 이래 팔리와 같은 이유로 추방 명령을 받은 9명이 독일 등의 추방 수용 거부로 미국 영토에서 사망했다.

추방 집행 현장을 취재한 ABC방송에 따르면 팔리는 ICE요원에 의해 자신이 앉아 있던 휠체어에서 들것으로 옮겨진 후 구급차로 이송됐다. 팔리와 그의 법정 대리인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미국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팔리는 나치 독일 점령하 폴란드에서 나치 친위대인 슈츠슈타펠(SS) 훈련을 받고 강제수용소 경비로 근무했다. 팔리는 이를 숨긴 채 1949년 미국으로 이민해 1957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시민권을 얻는 과정에서 팔리는 자신이 나치 독일에 복무하고 인권 학대에 동조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2차대전 당시 농장과 공장에서 일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제공한 자료사진에서 유대인 학살 작전의 책임자인 하인리히 힘러가 트라브니키 강제수용소의 신임 경비대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야키프 팔리는 이 경비대원으로 일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제공한 자료사진에서 유대인 학살 작전의 책임자인 하인리히 힘러가 트라브니키 강제수용소의 신임 경비대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야키프 팔리는 이 경비대원으로 일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주 퀸즈 잭슨하이츠 가에 있는 야키프 팔리의 집.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주 퀸즈 잭슨하이츠 가에 있는 야키프 팔리의 집.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훗날 2001년, 법무부 특별조사국(OSI)이 팔리의 조사 결과를 들고 방문하고 나서야 그는 폴란드 트라브니키에 있는 나치 비밀경찰의 훈련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트라브니키 훈련소 출신 폴란드인들은 ‘트라브니키매너’로 불리며, 나치 정권에 동조해 유대인 학살 작전인 ‘라인하르트 작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팔리가 복무한 트라브니키 강제수용소에는 유대인 약 1만2,000여명이 수용돼 있었으며 이들 중 6,000여명이 1943년 집단학살의 피해자가 됐다.

뉴욕 지방법원은 2003년 팔리의 시민권을 박탈했고 2004년 추방 명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나치 범죄의 주체국인 독일, 범죄가 발생한 폴란드, 현재 영토 내에 그의 출신지가 포함된 우크라이나 모두 그의 수용을 거부했다. 결국 팔리는 15년 동안 법적 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뉴욕주 퀸즈 잭슨하이츠에 있는 그의 집에서 조용히 말년을 보냈다. 일부 의원과 유대인 단체는 그가 사망하기 전에 추방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적극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21일 팔리가 독일에 도착하자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팔리는 나치라는 사실을 숨긴 채 수십년 간 미국에 거주했다. 팔리의 추방은 미국이 나치 범죄나 다른 인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범죄자들은 미국을 도피처로 삼지 못할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추방 운동에 가담해 온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ABC방송에 “그가 추방돼서 기쁘다. 그는 전쟁 범죄자고, 미국에서 살거나 편하게 죽을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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