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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뒤집은 군인·사학연금 개혁… 국정 난맥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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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뒤집은 군인·사학연금 개혁… 국정 난맥 고스란히

입력
2014.12.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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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무진 실수" 해명 불구 "공무원 연금 개혁도 버거운데…"

여당 거센 반발에 꼬리 내린 듯, 일각선 "청와대가 제동" 시선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15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기한까지 명시해 내년에 추진하겠다던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에 대해 하루 만에 꼬리를 내렸다. “6월(사학연금) 10월(군인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에서 “개편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180도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정부는 실무진의 단순 실수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국정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들끓는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3일 기재부 기자실을 방문해 “2015년 경제정책방향 참고자료에 군인 및 사학연금의 개혁안 마련 일정 시안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정부의 결정된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군인연금은 직역의 특수성이 크고 사학연금은 기금 재정상 현재 큰 문제가 없는데, 관계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 차관보는 “정부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조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한 뒤 “군인 및 사학연금 개편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정부는 이번 사안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자료 분량(108페이지)이 방대해 미처 살피지 못했다”며 “실무진에서 충분히 거르지 못한 해프닝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전날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는 두 연금의 개혁 방안이 두 곳에 걸쳐 명시돼있다. 정 차관보가 언급한 참고자료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 이후 추가 검토 및 의견 수렴을 거쳐 군인(10월) 사학연금(6월)의 개혁안 마련’이라고 적시돼 있고, 본 자료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입법 노력을 강화하고 군인ㆍ사학연금의 개혁안 마련’이라고 밑줄까지 그어져 있다.

더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정책방향 발표 당일 밤 방송에서 군인 및 사학연금 개혁에 대한 반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공무원연금 개혁에 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한 이후 그 문제도 자연스레 검토해야 되지 않나,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단순 실수라는 기재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정부가 하루 만에 꼬리를 내린 건 여당의 거센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느닷없이 동시다발적인 직역연금 개혁을 들고 나오자 여당이 급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당정 갈등을 넘어 정부 실세(최 부총리)와 여당 실세(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맞붙는 양상이다. 김 대표는 이날 “공무원연금도 될지 안될지 모르고 얼마나 힘들게 불씨 꺼뜨리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는데, 우리와 상의도 없이 정부에서 맘대로 그걸 밝히면 되느냐”라며 “공무원 실수라면서 당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 정부의 무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 소속 김현숙 의원은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 얘기는 사전협의 내용에 전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청와대의 지시로 100대 과제가 며칠 만에 25개로, 다시 52개로 수정돼 큰 혼란을 부른 바 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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