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영국 런던 지하철역에서 5일(현지시간) 승객들을 겨냥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 런던 시민들이 한때 ‘테러 공포’에 떨었다. 범인은 흉기를 휘두른 직후 “시리아를 위한 행동”이라고 외쳐 런던 경찰은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시리아 IS 공습을 최근 결의한 영국이 테러집단의 주요 표적으로 떠올랐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런던 동부의 레이턴스톤 지하철역에서 이날 오후 7시쯤 한 남성이 불특정 다수에게 칼을 휘둘러 1명이 중태에 빠지는 등 3명이 다쳤다. 런던 경찰은 “흉기에 목을 베인 부상자 1명은 중상이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는 아니다”라며 “다른 2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범인은 칼을 행인들에게 휘두르며 “이것은 시리아를 위한 것”이라고 외쳤다고 스카이뉴스가 현장에 있던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의회가 지난 2일 IS 격퇴를 위한 시리아 공습을 승인하자 IS가 곧바로 보복 테러를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가디언은 이 남성이 자신의 행동은 “시리아에 대한 영국의 군사개입 때문”이라며 “너희가 우리 모국 시리아를 해코지하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너희는 피를 모조리 쏟아낼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범인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범행을 벌인지 10여분 만인 7시 14분쯤 체포됐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당시 사건 현장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트위터에 올려 참혹했던 순간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영상에 따르면 흥분한 범인은 겁에 질린 승객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위협했고, 출동한 경찰은 “칼을 땅에 내려놔”라고 소리치며 개찰구 쪽에서 범인과 대치하다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을 쏴 제압했다. 또한 개찰구 앞 바닥에 흥건히 쏟아진 핏자국과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승객이 범인을 향해 “당신은 무슬림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영상에 담겼다. 한 행인은 붙잡힌 범인에게 손에 쥔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영국 경찰은 이 사건이 파리 테러와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번 범행이 주말 저녁 인적이 붐비는 지하철역을 노렸다는 점에서 지난 달 13일 파리 테러 때와 범행수법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도 금요일 저녁에 극장과 식당 등 번화가를 노렸다. 가디언은 이날 익명의 대테러 담당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파리 테러를 저지른 범인 중 한 명이 올해 초 영국 런던과 중부 대도시 버밍엄을 방문해 영국을 겨냥한 테러를 모의하는 자들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런던 시민들은 이날 범행 소식에 파리 테러를 떠올리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리처드 월튼 런던경찰 대테러본부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이를 테러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이 침착하게 행동하되 경계를 늦추지 말기를 당부한다”며 “테러 위협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테러 공격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의미”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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