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첫 수사
옥포조선소, 부행장실 등 10여곳
분식회계, 방만경영에 우선 초점
前사장들 개인 비리 정황도 포착
대형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과 전직 경영진 비리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3자 간 유착관계를 파헤칠 방침이다. 검찰의 특별수사력 강화를 위해 올해 1월 출범한 지 5개월 만에 착수한 첫 수사라는 점에서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8일 서울 중구 소재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등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을 보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산업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은 기업구조조정실과 이 부문 책임자인 정용석 부행장실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남상태(66)ㆍ고재호(61) 전 대우조선 사장 등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경영에 관여해 사실상 공기업으로, 부실경위와 책임소재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수사 배경을 설명했다.
분식회계ㆍ경영비리 단서 포착
검찰의 1차적인 수사 초점은 지난해부터 제기된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과 전직 경영진의 부실ㆍ방만경영 의혹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5월 정성립 사장 취임 이후 감사위원회를 꾸려 전임 사장들의 재임시절, 수조원대 손실이 은폐된 사실을 파악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는 분식회계 논란으로 이어졌는데, 실제로 2013~2014년 2조5,000억원대의 손실이 재무제표에서 누락된 사실이 올해 3월 확인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감사원 감사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내사를 한 결과, 분식회계 단서가 발견됐다”며 “증거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광범위한 범죄첩보 분석을 거쳐 남 전 사장(2006년 3월~2012년 3월 재임)과 고 전 사장(2012년 3월~2015년 3월 재임)의 개인 비리 정황도 다수 포착했다. 이명박(MB)정부 시절 남 전 사장의 연임로비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했으나 혐의점 입증에는 실패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확실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의 범죄혐의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전직 사장 2명이 재임했던 9년 간의 경영 관련 비리가 중점 수사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두 사람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취했다.
검찰 주변에선 ▦오만 선상호텔 사업 중단(400억원 손실) ▦삼우중공업 지분 고가매수(190억원 손해) ▦부산국제물류(BIDC)와의 특혜성 운송계약(120억원 손해) 등이 주요 수사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검찰은 남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창하(60) 디에스온 대표와 삼우중공업 정모 전 사장, BIDC 대주주인 정모씨 등의 자택도 압수수색하고 이들을 출국금지했다.
산업은행ㆍ안진회계법인으로 수사 확대될 듯
이번 수사는 대우조선 내부 비리를 넘어, 산업은행 측이 이에 연루됐는지를 살펴보는 수순으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49.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으로, 대우조선의 대규모 부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검찰은 내사 과정에서 남 전 사장 시절 산은의 일부 임직원들이 대우조선 측의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첩보도 입수,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 규모가 천문학적이라는 점에서 안진회계법인의 공모 또는 묵인 여부도 검찰이 들여다 볼 대목이다.
검찰은 “현재로선 산업은행이나 회계법인의 범죄 연루 단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이들 3자간 조직적인 비리 구조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MB 정부 때 끊임없이 불거진 대우조선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번질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 수사가 재개될 경우, MB계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파장이 일 전망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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