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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봉합하자마자 남중국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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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봉합하자마자 남중국해 갈등

입력
2018.05.20 1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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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교역 확대ㆍ지재권 보호 담은

19일 공동성명으로 무역 일단 진화

中 전략폭격기 이착륙 훈련에는

美 “분쟁 지역 군사 기지화” 비난

중국 전략폭격기 H-6K가 남중국해의 한 인공섬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중국군망
중국 전략폭격기 H-6K가 남중국해의 한 인공섬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중국군망

일촉즉발로 치닫던 무역갈등을 봉합하자마자 미국과 중국이 이번엔 남중국해에서 충돌했다. 중국 전략폭격기의 인공섬 이착륙 훈련을 미국이 강력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필리핀ㆍ베트남 등 주변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얽히면서 미중 갈등의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A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지역을 지속적으로 군사기지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지역 안정을 해치고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로건 대변인은 “미국은 자유롭게 열린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의 비난은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이 사상 최초로 남중국해의 한 인공섬에서 전략폭격기 훙(轟ㆍH)-6K의 이착륙 훈련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군은 18일 H-6K 등 폭격기 여러 대가 남중국해에서 해상 타격훈련을 마친 뒤 인근 섬에서 이착륙 훈련을 시행했다고 공개했다. 중국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에 전략폭격기를 착륙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정확한 훈련 시점과 장소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관련 동영상과 사진을 분석해 훈련 장소를 융싱다오(永興島)로 추정했다. CSIS는 “이번 훈련은 남중국해에서 실시된 중국 폭격기의 첫 번째 이착륙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시사(西沙)군도에 자리잡은 융싱다오는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남중국해 인공섬과 암초 중 가장 크고 하이난(海南)성 싼사(三沙)시정부가 주재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10월 전투기 젠(殲ㆍJ) 등을 시작으로 훙치(紅旗ㆍHQ)-9 지대공미사일 포대와 레이더 등을 배치한 상태다.

융싱다오는 베트남과 대만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또 필리핀은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승소 판결을 받은 당사자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을 향해 즉각적으로 비난을 퍼부은 건 이 지역의 폭발력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필리핀에선 중국 H-6K의 이착륙 훈련 소식이 전해진 뒤 그간 중국과 밀착해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향해 굴욕외교의 결과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베트남은 최근 러시아 국영석유업체 로즈네프트의 베트남 합작법인의 남중국해 내 가스전 시추작업을 두고 중국과 얼굴을 붉히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중 양국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통상관련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틀 간 협상을 통해 무역갈등의 급한 불을 끈 것이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을 대폭 늘려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구체성이 결여된데다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둘러싼 이견도 해소되지 않은 미봉책이라는 게 중론이다. 양측이 무역전쟁 현실화라는 최악의 국면은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상황에서 또 다른 화약고인 남중국해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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